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북한에 상륙하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남북 접경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은 휴일인 2일에도 양돈 농가와 비무장지대 둘레길 등에 대해 긴급 방역조치를 시행하고 거점소독 시설을 늘리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ASF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아시아 최초로 발생한 이후 몽골과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로 퍼지다가 지난달 말 북한이 중국과 접한 압록강 인근 자강도 우시군 북상협동농장에서 발병한 것이 확인됐다.
ASF는 치사율이 100%고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한 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 ASF는 구제역과 달리 공기로 전염되지는 않아 확산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바이러스 생존력이 매우 높아 장기간에 걸쳐 폭넓게 확산되기 때문에 사회적 재난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내에 ASF가 유입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북한이 ASF가 발생했다는 것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공식 보고한 것은 지난달 30일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3월 말부터 자강도ㆍ평안북도 등에서 가축이동 차단 조치를 내린 것으로 미루어 ASF가 이미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다.
ASF의 국내 유입 예상 경로는 내륙을 통한 야생멧돼지 이동, 임진강 등 물길을 통한 유입, 오염돼지 부산물이나 가공식품 통관 등 3가지 정도다. 하지만 철책선이 있어 북한 멧돼지가 넘어오기는 쉽지 않다. 반면 물길이나 통관 등을 통해 ASF가 유입될 위험성은 매우 높다. 지난해 중국 여행객이 반입한 순대 등 음식물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사례가 15건이다. 감염된 돼지 사체를 먹은 야생 독수리를 통한 바이러스 이동도 배제할 수 없다.
ASF 차단은 정부가 철저한 검역과 방역으로 유입을 막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비책이 없다. 북한과 방역 공조 방안도 협의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음식물을 사료로 쓰는 양돈 농가는 열처리 지침 등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또 오염 지역 방문자들은 축산물이나 가공식품 반입 등을 자제하고 귀국 후에는 방역매뉴얼에 따라 소독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역체계는 한번 뚫리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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