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사설] 대기업의 거짓과 정부의 안이함이 초래한 ‘인보사’ 사태

알림

[사설] 대기업의 거짓과 정부의 안이함이 초래한 ‘인보사’ 사태

입력
2019.05.29 04:40
31면
0 0

주성분, 연골세포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

성분 바뀐 것 알고도 은폐, 보고 누락해

코오롱ᆞ식약처 철저 수사 책임 물어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로 코오롱생명과학본사. 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로 코오롱생명과학본사. 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고발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신청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가 허위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을 섞어 만든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주사액이다. 이중 2액이 허가 당시 제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당시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허위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자회사인 미국 코오롱티슈진을 현지 실사한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전에 2액 세포에 삽입된 연골세포 성장인자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가 변동된 것을 알고도 관련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하지 않았다. 유전자 개수와 위치는 의약품 품질과 관련된 중요 정보다. 이번 사태는 부작용 위험성이 있는 의약품이 3,707명에게 실제 투여됐다는 점에서 논문 조작에 그친 황우석 사태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국내 바이오 의약품 산업을 선도해 온 대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허술한 인허가 시스템은 국민 분노를 촉발할 만큼 충격적이다.

식약처 조사에도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품목허가를 받기 4개월 전인 2017년 3월에 이미 인보사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임을 확인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런데 코오롱생명과학이 관련 내용에 대해 코오롱티슈진의 이메일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날은 허가 다음 날인 7월 13일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내부적으로 이미 알고 있었을 거라는 심증은 있지만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 코오롱생명과학은 “품목허가 제출자료가 완벽하지 못했으나 조작ᆞ은폐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회사 운명을 좌우할 사안을 그룹 고위층이 몰랐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식약처가 두 차례 중앙약사심의회를 거치면서 당초 불허 결정이 승인으로 뒤집힌 과정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식약처 책임론과 로비 의혹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식약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을, 시민단체들이 식약처를 고발한 만큼 이제 진상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키로 한 바이오 헬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신속하고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손배소송을 제기한 인보사 투약 환자들과 가족들이 육체적ᆞ정신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야 함은 물론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