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6주 이후 낙태 금지’에 제동… 앨라배마 초강력 낙태금지법도 소송 제기 
23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여성의 낙태 선택권을 옹호하는 시민들이 낙태금지법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마이애미=AP 연합뉴스

미국 사회에서 낙태 찬반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는 가운데,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한 주(州)법률에 대해서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한 법원 결정이 나왔다. 아울러 최근 낙태금지법을 제정한 다른 주들에서도 해당 법률을 무효화해 달라는 소송이 제기되고 있어, 이제 낙태 찬반 논쟁은 미 전역의 법정에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시시피주 연방지법의 칼튼 리브스 판사는 이날 ‘심장박동법’으로 불리는 임신 6주 이후 낙태금지법과 관련해 “여성의 권리에 즉각적인 피해를 가져 올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의 여성이 임신 6주 이전까진 낙태 문제를 고려하지도 않는다”면서 이 법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리브스 판사는 그러면서 이번 소송이 진행될 동안, 미시시피주 낙태금지법의 효력을 중단토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당초 해당 법률은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이 소송은 미시시피주 산부인과 의료시설인 ‘잭슨여성건강센터’가 미시시피 주정부 보건당국을 상대로 낸 것이다.

이에 앞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미국가족계획연맹(PP) 등 시민단체들은 같은 날 앨라배마주의 초강력 낙태금지법의 무효화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앨라배마주의 낙태금지법은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때를 빼고는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한 데다, 특히 성폭행 등과 관련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아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ACLU의 출산자유프로젝트 소속 변호사 알렉사 콜비 몰리나스는 이날 앨라배마주 중부 연방지법에 소장을 제출한 뒤 기자회견에서 “앨라배마 주의회는 의학적으로 불필요하고, 정치적으로 동기화한 금지로 낙태를 밀어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이 반(反)낙태 의제를 드러내기 위해 얼마나 도를 넘어섰는지가 극단적인 (낙태)금지법에 나타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앨라배마주의 낙태금지법은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너무 극단적으로 나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폭행이나 근친상간 등 ‘예외적 상황’에 따른 임신의 경우에도 낙태를 불법화한 것은 물론, 이를 어기고 낙태 시술을 해 준 의사도 최고 99년의 징역형이나 종신형에 처하는 강력한 처벌 조항을 담고 있어서다. 그동안 낙태 반대 의사를 드러내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조차 지난 주말 “성폭행과 근친상간, 산모 응급상황 등 3가지에 대해선 예외를 둬야 한다”면서 앨라배마주의 법률엔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몰리나스 변호사는 “앨라배마주 법의 발효는 환자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해 건강을 위협하는 건 물론, 의지에 반하는 강요된 임신 상태를 지속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ACLU 등은 향후 태아 심장박동법이 마련된 조지아ㆍ미시시피ㆍ아이오와주, 임신 8주 이후 낙태를 전면 금지한 미주리주 등에서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