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디어에서 이성애자의 쾌락을 위한 과도한 노출과 선정적인 춤을 일상적으로 접한다. 비윤리적이니 차별과 혐오와 배제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일상적이지 않은 모습을 접할 때는 불편함을 느낀다. 남성이 노출이 심한 여장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편할 리 없다. 동성애자의 퍼레이드는 진짜 퇴폐적이고 변태적인 걸까. 사진은 지난해 7월 성(性)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사가 열린 서울광장 앞에서 한 시민이 퀴어축제 반대집회 안내판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제20회 ‘서울퀴어(queerㆍ성소수자) 문화축제’가 한창이다. 2000년 첫 행사에 50명이 참석했지만 지난해엔 5만명 넘게 몰렸다. 축제 하이라이트는 6월 1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퍼레이드. 더불어민주당 대학생 당원이 퍼레이드 참가자 모집 글을 올려 논란이다. 민주당은 성소수자 차별 금지 강령에도 불구,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만만찮은 탓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차별은 반대하나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 동성애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다. 찬반 입장을 드러내면 손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정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당당히 밝혔다. 퀴어축제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축제가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민주당원의 퀴어축제 참가자 모집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퀴어당’으로 커밍아웃하라”며 공세를 폈다.

□ 기독교가 지배한 중세 유럽에서 동성애자는 마녀와 함께 화형에 처해졌다. 영국 역사학자 노라 칼린은 “어떤 사회의 성(性)에 대한 태도는 그 사회의 생산양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했다. 봉건영주와 교회는 농노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동성애, 자위행위 등 출산과 무관한 성관계를 처벌했다. 19세기 영국 자본가들은 기독교를 앞세워 동성애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노동력을 싼값에 재생산하기 위해 가족의 가치를 벗어난 성 행위를 통제한 것이다. 20세기에도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으로 규정하는 등 탄압과 차별은 이어졌다.

□ 현재 동성결혼을 허용한 나라는 28개국이다. 국내서도 수용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2001년 17%였던 동성혼 찬성률이 2013년 25%, 2017년 34%로 올라갔다. 20, 30대에선 찬성 의견이 더 많다. 성에 대한 가치관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귀화 외국인 이자스민이 국회의원이 됐듯, 언젠가 동성애자 국회의원도 나올 것이다. 동성애자는 성인 인구의 2.7%로 추정된다(OECD).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한 개인의 성적 지향이자 정체성이다.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게 전 세계적 추세다. 혐오와 배제로 결집된 정치적 에너지는 오래 갈 수 없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