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 유럽연합(EU)의 미래를 결정지을 유럽의회 선거가 23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점은 단연 ‘반(反)EU', ‘반(反)난민’을 외치며 급부상해 온 극우ㆍ포퓰리즘 세력이 실제 다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지다. 그간 난민 문제와 경제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영향으로 유럽 내 원심력이 거세지면서 이들 세력의 선전이 점쳐져 왔다. 그러나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하나의 유럽’을 지키려는 중도세력의 결집도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유럽의회 의원 751명을 뽑는 선거는 이날 영국과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나흘간 28개국에서 치러진다. 유럽의회는 크게 입법권, EU 기관 자문 및 감독ㆍ통제권, 예산 심의권을 가진다. 즉 극우세력이 충분한 의석 확보에 성공할 경우 앞으로 EU의 정책 기조가 크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선거 결과는 다른 EU 조직의 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다 의석을 차지한 정파를 대표하는 이가 EU의 행정수반인 집행위원장 후보 1순위가 될 전망이다.
그간 ‘대연정’으로 EU를 이끌어 온 중도 좌우파 세력은 1979년 첫 유럽의회 선거 이후 40년만에 확보 의석수가 과반수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2일 기준 현 유럽의회 내 1ㆍ2위 정치그룹인 중도 우파 유럽국민당(EPP)그룹과 중도 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이 각각 169, 146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반EU 성향의 정당그룹인 유럽보수개혁(ECR) ㆍ자유와직접민주주의(EFDD) ㆍ유럽민족자유(ENF-EAPN) 등 3개 정치그룹은 총 최대 181석을 확보, EPP·S&D와 함께 제3 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최대 30%까지 의석을 점유하며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것과 달리, 최근 중도세력의 방어도 만만찮은 모습이다. 중도 성향의 친EU 제3당인 유럽자유민주동맹(ALDE)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앙마르슈’ 연합이 약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 조사들에 따르면 100석 이상을 확보해 단일 정치그룹으로는 3위에 오를 전망이다.
폴리티코는 22일 “유럽의회 선거가 가까워짐에 따라 포퓰리스트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도 재결집에는 극우 포퓰리즘 바람에 위기감을 느낀 EU 통합 세력 지도자들의 호소가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22일 미 CNN 방송 인터뷰에서 “유럽의 핵심 목적은 연대”라면서 “어리석은 민족주의자들”이라며 극우 세력을 맹비난했다. 폴리티코는 최근 벌어진 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 대표의 부패 동영상 파문도 극우 포퓰리즘 세력에 주요한 악재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