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돋힌 공방전… 최종구 “택시업계에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 보여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협약식'에 참석해 은행권 관계자들과 청년층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이재웅 쏘카 대표가)택시업계에 상당히 거친 언사를 내뱉고 있는데, 너무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아닌가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차량공유서비스 ‘타다’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겪고 있는 이재웅 쏘카 대표를 작심 비판했다. 이 대표가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거듭 쓴 소리를 한 것을 두고도 같은 정부 고위 관료로서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22일 최 위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ㆍ월세 대출 협약식’ 행사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던 과정에 “사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며 “최근에 타다 대표(이재웅)라는 분이 하시는 언행은 ‘나는 달려가는데, 왜 못 따라오느냐’라는 식인데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차량공유서비스 확산으로 택시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을 내건 사업자들이 오만하게 행동하면 자칫 사회 전반의 혁신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최 위원장은 “택시 기사는 기존 법과 사회 질서 안에서 자신의 소박한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분들”이라며 “그분들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관급 인사가 자기 부처 소관이 아닌 다른 부처(국토교통부) 현안과 관련해 특정 인사를 직설적으로 비난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정부가 이 대표의 행태에 대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관 부처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금융 분야에서 혁신 업무를 추진하는 금융위원장으로서 평소 고민하던 부분을 얘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7일 이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타다 서비스에 반대하며 분신한 택시기사의 죽음을 두고 “죽음을 정치화해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또 타다 서비스 중단을 주장하는 택시업계에 “어거지”라며 “전국 택시 매출의 1%도 못 버는 타다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혁신성장본부의 민간공동본부장을 맡았다가 지난해 12월 사퇴한 이 대표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홍 부총리가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존 이해관계자와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이 대표는 “비상식적”이라며 말했다. 지난달에는 다시 홍 부총리에게 “지금 혁신 성장이 더딘 것은 부총리 본인 의지가 없어서”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최 위원장은 “피해를 보는 계층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를 다루는 데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그 합의를 아직 이뤄내지 못했다고 경제정책 책임자를 향해 ‘혁신의지 부족’을 운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최 위원장은 “금융위와 직접 관련된 일은 아니지만, 혁신으로 인해 뒤처지는 계층에 대한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정부에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혼자만의 노력보다는 정치권과 사회 각층이 다 조금씩 손해를 보고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이재웅 대표는 SNS에 “갑자기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 어찌됐든 새겨 듣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글과 컴퓨터’ 창립자인 이찬진 포티스 대표도 이재웅 대표 게시물에 댓글로 “부총리님을 비판하면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거군요. 부총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최 위원장님께 뭐라고 할지 궁금해지네요”라고 동조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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