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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넘는 짓” 막말 판사에… 법원은“부당한 법정 언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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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넘는 짓” 막말 판사에… 법원은“부당한 법정 언어 아니다”

입력
2019.05.22 13:23
수정
2019.05.22 19:3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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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인권위 주의 권고 거부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가인권위원회는 재판 중 특정 방청객을 불러 세워 “주제 넘는 짓 하지 마라”고 나무란 판사에게 주의조치를 내리라는 권고를 법원이 거부했다고 22일 밝혔다.

50대 후반의 대학교수 A씨는 2017년 6월 자신이 소속된 대학총장의 배임과 성추행 관련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법원을 드나들었다. A씨는 재판에 앞서 총장의 유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자료와 탄원서를 두 차례에 걸쳐 법원에 냈다. B판사는 A씨에게 사건 당사자가 아니니 더는 자료를 내지 말라고 요청했지만 A씨가 또 탄원서를 내자 문제의 발언을 했다. 재판 중 방청석에 있던 A씨를 콕 집어 호명한 뒤 “주제 넘는 짓을 했다”는 발언을 반복하며 탄원서를 모두 되가져가라고 한 것. B판사는 40대 후반으로 A씨보다 어리다.

A씨는 B판사가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는 해당 판사가 소속된 법원장에게 재발방지책을 세우고 B씨에겐 주의조치를 내리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처음 사건이 발생한 광주지방법원과 현재 B판사가 근무하고 있는 수원지방법원은 해당 발언은 판사의 재판 진행 과정에서 나온 말이며 재판절차에서 허용되는 소송지휘권의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법정언어로 볼 근거가 없다며 인권위 권고를 거부했다. 광주법원은 “B법관의 법정 언행은 재판의 범주에 포함되고 이 경우 인권위가 규정하고 있는 진정 각하 사유에 해당한다”며 “다만 앞으로 법정 언행 개선을 위한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법원의 권고 거부 사실을 외부에 공표하는 방식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해당 판사가 재판장으로서 피고인의 방어권 침해 우려가 있는 진정인의 행동을 제지하려는 취지였다 해도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진정인에게 그것도 공개된 장소에서 “주제 넘는 짓을 한다”고 말한 건 A씨의 자존감을 훼손한 것이라고 봤다. 인권위 관계자는 “당시 같은 장소에 있던 학생이나 중년의 일반인이 진정인의 피해감정에 공감한 점 등을 고려할 때 B판사의 언행은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더구나 법원이 마련한 재발방지책도 상당히 미흡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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