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쇼 프로그램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에 출연한 BTS(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비틀스를 연상시키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NBC/Scott Kowalchyk 제공

“미안하지만, 그는 결혼했습니다.”

1964년 2월 9일 미국 지상파 방송 CBS의 생방송 프로그램 ‘에드 설리번 쇼’의 진행자 에드 설리번이 한 말이다. 쇼에 출연한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을 소개한 후 여성 관객들이 괴성을 지르며 환호하자 나온 표현이었다. 미국에 처음 소개되는 비틀스 멤버의 신상정보를 간략히 전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에드 설리번 쇼’는 비틀스 출연으로 더 유명해졌다. 이날 방송은 당시 미국 인구의 절반 가량인 7,400만명이 시청했다. ‘브리티시 인베이젼’(영국 가수의 미국시장 공략)의 시작이었다.

□ 15일(현지 시간) CBS의 인기 프로그램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는 전설의 방송을 의도적으로 패러디했다. 예고편부터 남달랐다. 비틀스의 ‘에드 설리번 쇼’ 출연 당시 화면을 보여주며 ‘55년 3개월 6일 후’라는 자막을 붙였다. 이어 한국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흑백 화면에 등장했다. 55년 전 비틀스를 연상케 하는 복장으로 출연한 BTS는 비틀스의 명곡 ‘헤이 주드’의 일부를 불렀다. 방송은 광적인 비틀스 팬들을 지칭하는 ‘비틀마니아’에 빗대 ‘BTS마니아’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 BTS를 향한 전 세계적인 열광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그럼에도 BTS에 대한 소식이 하나씩 전해질 때마다 매번 새롭고 놀랍다.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39주년을 앞두고는 BTS가 2015년 발표한 노래 ‘마 시티’가 새삼 화제가 됐다. 멤버들의 출신지를 소재로 삼은 이 노래에서 멤버 제이홉은 고향 광주를 ‘062-518’로 표현한다. 062는 광주의 지역번호. 팬들은 알 듯 말 듯한 숫자를 해석하며 5ㆍ18을 알게 된다. BTS가 국내 10~20대에게 역사를 환기시키고 외국인 팬들에게는 한국 민주주의를 알리고 있는 셈이다.

□ 최근 한국 가요계는 힙합이 대세다. ‘헬조선’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현실에 절망한 젊은 세대는 힙합에서 위로를 찾는다. 하지만 적지 않은 래퍼들이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용도로 힙합을 오용한다. 저항의 음악 힙합을 치기 어린 반항 정도로 여겨 실망할 때가 종종 있다. 최근 일부 정치인과 극우 인사들은 5ㆍ18 깎아 내리기에 바쁘다. 모든 면에서 올바른 BTS의 성장이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런 BTS라면 누구든 마니아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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