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완 김기민 김지영…한국이 발레 영재의 나라가 된 힘은 ‘디테일’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9 유스아메리카 그랑프리 콩쿠르(YAGP)에서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제자들과 찍은 사진. 그의 오른쪽에 김기민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가 자리하고 있다. 김선희 교수 제공

“기술적으로만 훌륭한 무용수에게 상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도 우수하면서 미적인 표현까지 할 수 있어야 상 받을 자격이 있지요. 여러분의 학교는 그걸 하고 있네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부설학교인 존 크랑코 스쿨의 교장 타데우시 마타치가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무용원 교수에게 건넨 말이다. 지난달 11~1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9 유스아메리카 그랑프리 콩쿠르가 끝난 뒤였다. 마타치 교장은 한국 참가자들을 칭찬했다. 이 콩쿠르에서 한예종 학생인 이준수(17)는 발레 시니어 솔로 부문 1위와 파드되 부문 2위에 올랐다.

한국 발레를 대표하는 이름인 김기민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K 발레의 위상을 높이는 무용수들의 뒤에는 김선희 교수가 있다. 그는 2015년 3월부터 최근까지 한예종 무용원장을 지냈다.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와 보스턴발레단에서 마스터클래스도 진행할 정도로 세계 발레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났다. 최근 만난 김 교수는 “훌륭한 제자들 덕분에 저까지 덩달아 유명세를 타고 있어 제자들에게 더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 무용수들이 유명 콩쿠르를 ‘석권’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세계 5대 발레콩쿠르로 꼽히는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의 경우 2012년 전체 수상자 11명 중 6명이 한국인이었을 정도다. 당시 금상을 받은 김기민, 박세은, 김명규, 최지영은 국내외 발레단에서 주역으로 뛰고 있다. 한국 무용수들이 가진 힘을 김 교수는 “디테일”이라고 요약했다. “서양 무용수들보다 신체적 조건이 뛰어나다고 할 순 없어요. 신체의 디테일, 예술적 표현의 디테일이 그만큼 더 좋기 때문에 인정을 받는 거죠.”

김선희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김 교수가 학생들의 무대 경험을 길러 주기 위해 1997년 만든 창작 발레 ‘인어공주’는 무용수 산실의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인어공주’는 지난해 10월 뉴욕시티센터 극장 초청으로 미국에서 공연돼 호평 받았다. 올해 보스턴발레단에 입단한 이수빈과 2017년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박선미가 인어공주 역을 번갈아 맡았고, 김기민이 왕자를 연기했다. 세 사람 모두 한예종을 거친 김 교수의 제자들이다.

무용수들의 실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 하지만 발레의 최종적 목적은 관객과의 만남이다. ‘무용수들에게 내재된 예술성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가.’ 김 교수가 제자들을 지도할 때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다. 무용수뿐만 아니라 후세대를 양성할 후배 교수들에게도 이 점을 강조한다.

한국인 무용수들의 실력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갈라 공연이 7월 열린다. 김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영국 로열발레단의 마니아넬라 누녜즈와 바딤 문타기로프를 비롯해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보스턴 발레단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들과 김지영, 김기완 등 한국 무용수 13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김 교수는 “세계 메이저 발레단의 주역을 이렇게 많이 배출한 나라는 한국 뿐”이라며 “각 나라에서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기특한 무용수들이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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