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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사업 참여 금지에 공정위 칼날까지… SI 업체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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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사업 참여 금지에 공정위 칼날까지… SI 업체 이중고

입력
2019.05.15 04:40
수정
2019.05.15 17: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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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주요 SI업체 2017년전체 매출 중 계열사 매출 비중/ 강준구 기자/2019-05-1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주요 SI업체 2017년전체 매출 중 계열사 매출 비중/ 강준구 기자/2019-05-14(한국일보)

지난해 6월 15일 삼성그룹의 시스템통합(SI) 업체 삼성SDS 주가는 하루 만에 14%(22만8500원→19만6500원) 폭락하며 2조 5,000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전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총수 일가가 그룹 핵심 사업과 관련이 없는 SI 업체 등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팔아야 한다”고 강도 높게 요구한 영향이 컸다. 이 발언은 재벌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승계 문제를 지적한 것이었다.

주가 폭락 후 소액주주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김 위원장은 “(삼성SDS와 같은 상장사가 아닌) 비상장사 주식 매각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 했지만, 발언의 적정성 여부를 두고 한 동안 논란이 이어졌다.

올해도 비슷한 사태가 SI업계에서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가 삼성SDS 등 대기업 계열 SI 업체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실태 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가 특정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는 “SI 업체를 보는 정부의 시각은 여전히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적 경영권 승계에만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SI업체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실제로 높은 편이다. 14일 SI업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삼성SDS와 LG CNS의 내부 거래 비중은 각각 88%와 63%에 달했다. 특히 삼성SDS와 LG CNS의 내부거래 비중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가 SI업계에 경쟁촉진 방안 등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하지만 SI업계는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SI기업의 태생적 한계와 구조를 공정위가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안이 생명인 IT 시스템 특성상 내부 계열사 일거리를 사실상 도맡아 할 수밖에 없는데, 일반적인 일감 몰아주기 잣대로 이를 규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SI업체들이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외연을 확장하는 것도 규제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공 소프트웨어(SW) 시장은 2013년부터 대기업 참여가 전면 금지됐고, 다른 회사의 IT 시스템 구축 등은 보안 등을 이유로 거절 당하기 일쑤다.

SI업계 관계자는 “한 SI업체는 2013년 이전 공공 SW 사업에 참여할 때는 내부거래 비중이 50%가 안됐지만 시장 참여가 제한 된 이후 내부 거래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그 비율이 다시 50%를 넘어선 경우가 있다”며 “보안성이 요구되는 SI업계의 특성을 공정위가 좀 더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I업체들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시장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아직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매출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일부 대기업들은 오너 일가 자녀들이 지분을 갖고 있는 비상장 SI업체에 일감을 대거 몰아주고, 이후 주력 계열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편법 승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SI업체 내부거래의 원인과 효율성 효과 등을 분석할 예정”이라며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의 위법성 판단 기준을 구체화 하는 예규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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