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ㆍ역제안ㆍ수정제안 등 밀당 불구, 정치적 손익계산법 달라 제자리 걸음 
 과거 정권선 제1야당과 단독회담… 박 전 대통령만 야당 대표 따로 안 만나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5당 대표 회동에 대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대1 회동으로 역제안을 하자, 청와대가 ‘조건부 1대1 회동’ 가능성을 언급하며 수정제안을 하는 등 만남의 형식을 두고 밀당이 계속되고 있다. 범여권으로 기운 군소정당을 배제한 채 대통령과 맞상대하겠다는 제1야당의 의도와, 20대 국회 출범 때부터 자리잡은 다당제 구도를 깨면서까지 좌파독재 투쟁을 선언한 한국당에 힘을 실을 필요가 없다는 여권의 원칙론이 맞서는 형국이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단독으로 만나는 1대1 회동은 대통령이 제왕적 총재로 여당 대표를 겸하거나 여당을 좌지우지하던 과거 ‘보스 정치’ 시절의 산물이다. 1대1 만남이라는 형식만으로도 제1야당 대표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데다, 대통령이 주요 현안을 야당 대표의 양해를 얻어 담판을 짓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전통적으로 야당이 선호하는 형식의 만남이다.

민주화 이후에도 1대1 회동 관행은 이어졌다.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중 제1야당 대표와 각각 두 차례씩 단독 회담을 가졌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두 차례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가졌고, 노 전 대통령도 한나라당을 이끌고 있던 박근혜ㆍ강재섭 대표와 따로 만났다. 정권교체 뒤에도 관행은 이어져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당시 손학규ㆍ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1대1 만남을 가졌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4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와 따로 만난 적이 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로 여야 대표를 모두 초청해 만난 적은 있지만, 야당 대표만 따로 만나지는 않았다.

민주당에선 문 대통령이 이미 5당 대표와 회동하기로 제안한 마당에 지금 와서 한국당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원칙론과, 제1야당 협조 없이는 추가경정예산안 통과 등 국정 운영에 부담이 크므로 한국당 요구를 일정 부분 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현실론이 맞서고 있다. 여야정상설협의체에 교섭단체 3당만 참여해야 한다는 한국당 요구를 놓고 민주당이 고민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정협의체가 (지난해) 5개 당으로 출발했는데, 출발 당시와 다르게 지금 원내 교섭단체 중심으로 가자는 견해가 제시돼 조금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요구에 일부 절충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황교안 대표도 5당 대표 회동에 함께 해주길 바란다. 여야정 (5당) 상설협의체는 힘들게 만들어졌다. 원칙적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1대1 회동 및 3당 교섭단체로만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한국당 두 가지 요구에 모두 선을 그은 것이다. 청와대는 국회 정상화를 외면하고 좌파독재를 외치면서 우경화로 치닫는 한국당에게 굳이 예외를 인정해야 하냐는 강경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청와대가 제시한 역제안이 ‘선 5당 회담, 후 1대1 회담’이다. 원칙을 깨지 않으면서도 한국당을 예우하는 절충안인 셈이다. 강기정 정무수석이 이날 한국당 측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 대표가 문 대통령과 1대1 회담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을 거치면서 ‘여야 4당 대 한국당’ 구도로 고립된 경험을 한 터라, 쉽게 대화 테이블에 나올 기세가 아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114석을 가진 제1야당이 6석을 가진 정의당과 매번 같은 취급을 받으면 되겠냐. 한국당의 요구가 무리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중재안까지 한국당이 걷어차면서 당분간 국회 정상화 해법이 도출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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