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의 검찰권 분산은 시대적 요구
검사 출신 정치인 기득권 엄호 총력전
국민 위한 최선의 해법 찾는데 동참해야
해외 출장 중 이례적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대입장을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대한민국 검찰의 권한은 막강하다.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을 한 손에 쥐고 있다. 비리에 연루된 검사를 기소하지 않아도,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무리한 기소를 해도, ‘견제와 균형’은 작동하지 않았다. 선진국 어느 나라도 이렇듯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여 받은 검찰은 없다.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견제와 균형을 통해 검찰권이 비대해 발생했던 인권 침해와 권력 남용을 막아야 한다. 해서 나온 게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안이다. 과거 검찰의 표적 수사나 정치적 의혹 사건을 굳이 들먹일 필요조차 없다. 국민은 오랜 기간 검찰권이 어떻게 행사돼 왔는지 잘 알고 있다. 검찰 개혁은 국민 다수의 염원이자 시대적 요구다.

그런데 왜 안 되는 걸까. 제1 야당이 검찰 개혁을 극렬히 반대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검찰 기득권을 대변하는 ‘검사당(黨)’이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권성동 김진태 곽상도 최교일 등 검사 출신 의원이 수두룩하다. 역시 검사 출신인 홍준표 강재섭 박희태 안상수 전 대표가 군사정권 붕괴 이래 보수 정당의 리더로 군림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당은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들며 개혁 입법을 저지하려다 실패하자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검사 출신 여당 의원도 친정 엄호에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당초 취지와는 정반대로 결론 지어진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했고, 같은 당 금태섭 의원은 “공수처 설치가 검찰 개혁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여당 정치인이 정부의 최우선 개혁과제에 반기를 든걸 어떻게 봐야 할까. 국회의원은 평생 직업이 아니다. 정치를 그만 두면 변호사로 돌아가야 한다. 전관예우를 염두에 두고 친정 눈치를 보는 걸 게다.

국회 논의를 지켜보던 문무일 검찰총장도 나섰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했다. 문 총장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검찰은 오로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수사 개시를 결정하는가. 검찰의 수사 방식과 절차는 인권보호의 원칙에 충실한가. 검찰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엄격한가. 국민 편에서 공정하고 정의롭게 검찰권을 행사하는가. 표적 수사나 봐주기 수사를 한 적은 없나. 검찰 권한의 일부를 떼주면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되나.’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강기훈이 유서대필을 했다는 유죄의 확신이 섰기에 재판에 회부했나. 미네르바, PD수첩 등 정치적 사건에서 중립성을 유지했는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한 이유는 무엇인가. 박근혜 정부에서 검사 출신 김기춘 비서실장, 우병우 민정수석의 눈치를 보며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키지는 않았는가.’

지금 나온 검찰 개혁안이 완벽하다고 보긴 어렵다. 정보경찰의 부작용이나 경찰권 비대화 등 우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오랜 기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에 태운 개혁안을 공개 반대하는 게 옳은 행동인지는 의문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은 논의의 출발일 뿐이다. 실제 입법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다. 문제가 되는 내용은 향후 논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 ‘영역 지키기’가 아닌 국민을 위한 최선의 해법을 찾는데 동참해야 한다.

‘수도승 총장’이라 불린 이명재 전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하늘을 나는 기러기는 무리 지어 날아감으로써 오래 날 수 있고 위엄도 생겨 어떤 난폭한 조류도 덤비지 못한다”고 했다. 무리 지어 나는 기러기처럼 똘똘 뭉쳐 조직 이기주의를 지키라는 얘기가 아니다. 거악(巨惡)에 맞서는 공익의 대변자가 되려면 검찰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주의 원리의 핵심은 주권재민이다. 법은 권력자가 아닌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검찰권의 정당성도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지만, 모름지기 ‘국민의 검찰총장’이 돼야 한다. 검찰 조직의 이익에만 매달리는 검찰총장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고재학 논설위원 겸 지방자치연구소장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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