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경기 이천시 부발읍 아미초교 인근 화단에서 난 불을 끈 박신영(가운데 여성 중 오른쪽)와 이미경씨가 우리동네 시민경찰 15호와 16호로 선정돼 감사장을 받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불을 본 순간 지금 안 끄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구요.”

지난 8일 경기 이천시 부발읍 아미초교 인근에서 난 불이 번질뻔한 상황에서 화재를 진압한 박신영(34)씨의 말이다.

당시 박씨는 ‘이천경찰서 어머니 폴리스’ 회원으로 이미경(39)씨와 함께 하굣길 아이들 지도를 담당하고 있었다. ‘어머니 폴리스’는 경기남부경찰청 산하 각 지역 경찰서에서 아이들의 등하교 지도를 위해 모집한 자원봉사단체다.

불을 처음 발견한 것은 이씨였다. 이날 오후 1시45분쯤 이씨가 “자기, 저기 봐 검은 연기가 나 불 났나 봐”라고 했다. 학교와 아파트 사잇길 화단에서 불이 나고 있었던 것이다.

검은 연기에서 작은 불꽃이 일더니 이내 강한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번지기 시작했다.

이씨는 119에 신고했고, 박씨는 학교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미초교 급식실에 있던 소화기가 생각나서였다.

지난 8일 경기 이천시 부발읍 아미초교 인근 화단에서 불이 나자 마침 학생지도를 하던 어머니 폴리스 히원 박신영씨와 이미경씨가 발견, 소화기를 들고 와 불을 끄고 있다. 이미경씨 제공

박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119에 신고했더니 이천 지역에 화재가 나 소방차가 모두 그쪽으로 출동해 조금 걸린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달렸다”며 “강한 바람을 타고 불이 번지는데 자칫 아이들이 있는 학교로 번질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소화기를 가져와 뿌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박씨는 다시 뛰었다. 급식실 앞 돌봄교실에 있던 소화기 2개를 가지고 왔다.

박씨는 소화기를 가지러 가면서 “저쪽에 불이 났다. 도와달라”고도 했다.

가져온 2개의 소화기로 이씨와 나눠 불을 끌 때쯤, 맞은편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아이들을 픽업하기 위해 학교 앞에서 대기 중이던 ‘마루한 태권도장’ 관장이 어느덧 소화기를 들고 함께 불을 껐다.

불은 다행히 더 이상 번지지 않고 꺼졌다. 이어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잔불까지 완벽히 진화됐다.

박씨는 “솔직히 불을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무서웠다”며 “하지만 여기에서 주춤했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소방차가 오기 전까지 불을 잡아야 한고 생각돼 소화기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소화기를 처음 사용해 봤다는 박씨는 “(소화기 작동법에 대해) TV에서 많이 봐 쉬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 상황이다 보니 마음 같이 않았다”며 “손은 바들바들 떨리고 핀은 안 뽑혀 어쩌나 싶었는데 ‘절대 당황하지 말라’는 말이 생각이 나 숨을 들이 쉬고 안전핀을 뽑아 불을 껐다”고 급박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당시에 저학년은 하교시간, 고학년들은 교실에 있었기 때문에 자칫 큰 화재로 번졌으면 아이들이 위험해 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마도 당시 내가 아니라 다른 분이 현장에 있었더라도 똑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겸손해 했다.

지난 8일 경기 이천시 부발읍 아미초교 인근 화단에서 불이 나 강한 바람을 타고 점차 확대되고 있다. 당시 하교 지도를 하던 어머니 폴리스 히원 박신영씨와 이미경씨가 발견, 불을 꺼 큰 불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미경씨 제공

아미초 두 자녀를 각각 둔 평범한 주부들인 박씨와 이씨. 어머니 폴리스로 활동하면서 묵묵히 아이들을 지도해 온 그들이었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아이를 지켜 낸 아이들의 영원한 히어로였다.

경찰조사결과 이날 불은 행인이 버린 담배꽁초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담배꽁초를 버린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를 진압한 박씨와 이씨에게 26일 오전 감사장을 전달했다. 또 ‘우리동네 시민경찰’ 15호와 16호로 선정, 시민경찰 미니 흉장도 수여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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