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재연… 비핵화 논의 변질 될라” 우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AP 연합뉴스

북러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핵 6자회담이 수면 위로 부상할 조짐이다. 러시아가 전면에 나서고 뒤에서 중국이 받치면서 한반도 정세에서 영향력을 북한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 미국에 맡겨놓는 양자구도만으로는 비핵화 프로세스가 작동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과거 실패한 모델인데다 당사국인 미국이나 한국 모두 탐탁지 않은 방식이어서 시동을 다시 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목적에 대해 “전략적으로 지역 안정을 도모하고 공동으로 정세를 관리해나가는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상황이 진전할 수 있도록 무엇을 어떻게 할지 의견을 교환했다”고 화답했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북미양자회담에 ‘올인’ 하던 김 위원장이 ‘공동으로 정세를 관리한다’고 언급한 건 러시아도 비핵화 논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또 푸틴 대통령이 ‘상황 진전’을 강조한 건 교착상태인 북미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양측의 발언은 공통적으로 ‘6자 회담’을 향하고 있다. ‘6자 회담’은 러시아가 북핵 문제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다. 하지만 2008년 12월 이후 10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9ㆍ19 공동성명, 10ㆍ3 합의 등 일부 성과를 내긴 했지만,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단계별로 비핵화 과정을 밟으려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만 챙기고 합의를 어긴 탓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단호한 원칙을 앞세워 북한과의 포괄적 빅딜을 고수하고 있어 점진적 해법인 6자 회담을 용도 폐기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중국이 가세하면서 6자 회담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실패 다음날부터 줄곧 유관국(주변국)의 참여와 9ㆍ19 정신을 부각시키면서 새로운 해법으로 6자 회담을 띄우는데 여념이 없다. 과거 6자 회담 의장국을 맡아 한반도 문제를 주도했던 존재감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이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자 이번에는 “북러정상회담이 비핵화에 큰 기여를 했고, 러시아와 중국은 같은 전략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러시아를 한껏 치켜세우고 있다.

반면 한국은 내키지 않는 표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의 (북미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고 반응했다. 한미일 대 북중러간 대결 구도 탓에 비핵화 논의가 자주 변질됐던 6자회담 보다 북미 간 톱다운 방식이 여전히 더 유용하다는 뜻이다.

과거 한 차례 회의 만에 문을 닫기는 했지만, 2013년 가동한 ‘한미중 전략대화’는 사공을 줄여 비핵화 불쏘시개 역할을 제대로 해보려던 당시 정부의 자구책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집권 과정에서 관심을 뒀던 남북미중의 4자 회담 모두 사공을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집권 과정에서 남북과 미중이 참여하는 4자 회담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비핵화 논의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담판 구도로 바뀌었고 한국은 중간에서 거간꾼 역할을 모색해 왔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ebshin@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