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 출입 기자들이 새라 샌더스 대변인의 ‘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법 방해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담은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보고서 편집본이 공개되는 과정에서 샌더스 대변인의 과거 브리핑이 거짓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를 어떻게 더 신뢰할 수 있겠냐”는 성토가 넘쳐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 (현지시간) 백악관을 담당하는 주요 언론사 기자들을 인용해 “백악관 출입기자 사이에서 샌더스 대변인 모습이 리처드 닉슨 행정부의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로널드 지글러를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공공연하다”고 보도했다. 지글러는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지자 이를 “3류 주거 침입”이라며 은폐하려 했다가 정치적으로 몰락한 인물이다.

지난 18일 법무부가 공개한 ‘뮬러 보고서’ 편집본에 따르면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한 직후 기자들에게 허위 브리핑을 했음을 인정했다. 2017년 5월 10일 브리핑에서 샌더스 대변인은 “수없이 많은 FBI 요원들이 코미 국장을 불신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요원들로부터 들을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반면 뮬러 특검팀의 수사 과정에서 샌더스 대변인은 “흥분한 상태”(in the heat of the moment)에서 나온 말이라며 거짓이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거짓 브리핑으로 확인된 이후에도 사과는커녕 뻔뻔함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21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2년 넘게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로봇처럼 반복해온 민주당원이 아니어서 미안하다”며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뉴욕타임스(NYT)의 백악관 담당인 피터 베이커 기자는 이에 대해 “누구나 실수는 한다. 문제는 실수 이후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느냐”라며 샌더스 대변인의 태도를 지적했다. 아메리칸어번라디오(AUR)의 에이프릴 라이언 기자도 ”대변인의 가장 자산인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겠냐”며 “더이상 샌더스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최종 결론”이라고 밝혔다. 뉴욕매거진의 올리비아 누지 기자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샌더스에게 의존해선 안되며, 앞으로도 의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를 옹호하는 소수 의견도 없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백악관 출입기자는 “샌더스는 그녀의 상관(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적 자리에서의 발언권을 얻지 못했을 뿐”이라며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이란 점에서 유용한 취재원”이라고 평가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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