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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북 시그널’인가… 자유조선 멤버 체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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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북 시그널’인가… 자유조선 멤버 체포 미스터리

입력
2019.04.21 17:26
수정
2019.04.21 23:5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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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북한대사관 탈취 정보 FBI 연계설에 선 긋기

지난 2월 괴한들이 침입해 컴퓨터 등을 탈취 당한 스페인 마드리드에 소재한 북한 대사관. AP 연합뉴스
지난 2월 괴한들이 침입해 컴퓨터 등을 탈취 당한 스페인 마드리드에 소재한 북한 대사관. AP 연합뉴스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을 주도한 반북단체 '자유조선' 회원 1명을 미국 수사 당국이 최근 체포했다. 미 당국은 이 단체 리더로 알려진 에이드리언 홍의 아파트도 급습했지만 검거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이나 중앙정보국(CIA)과의 연계설 등이 제기된 자유조선에 대해 미 당국이 국제 관계를 고려해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유조선'의 멤버이자 전직 해병대원인 크리스토퍼 안이 18일(현지시간) 체포돼 19일 로스앤젤레스의 연방 지방법원에 출석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이와 별도로 무장한 미 연방요원들이 18일 에이드리언 홍의 아파트도 급습했지만 당시 집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된 안씨가 북한 대사관 습격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 법무부는 “현 시점에서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며 답변을 미뤘다. 다만 WP는 자유조선 변호인인 리 월로스키를 인용해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된 뒤 그의 아들인 김한솔을 마카오에서 피신시키는 과정에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자유조선 측은 19일 윌로스키의 성명을 홈페이지에 올리며 강하게 반발했다. 월로스키는 성명에서 “북한 정권이 고소한 미국인들에 대해 법무부가 영장을 집행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경악한다”며 “가장 최근 북한 정권에 억류된 미국 시민은 북한의 고문으로 불구가 돼 귀국했고 살아남지 못했다. 북한이 표적으로 삼은 미국인들의 안전과 보안에 대해 미국 정부로부터 그 어떤 보장도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멕시코 국적의 미국 영주권자인 에이드리언 홍이 이끄는 자유조선은 지난 2월 22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컴퓨터와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을 주도한 단체로서 미 당국과의 연계성을 두고 관측이 엇갈렸다. 앞서 스페인 법원은 이들이 북한 대사관에서 탈취한 정보를 넘기기 위해 FBI와 접촉했다고 밝혔고 자유조선 측도 FBI의 요청으로 ‘막대한 가치가 있는 특정 정보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언론들은 대사관 습격 괴한 10명 중 적어도 2명이 CIA와 연계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WP는 소식통을 인용해 자유조선이 FBI에 정보를 넘겼다고 전하면서도 미국 당국과 조율해서 행동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대사관 습격 사건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닷새 전이라는 시기적 민감성 등으로 CIA가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을 적은 것으로 내다봤다.

자유조선으로부터 정보를 넘겨 받았던 FBI는 국제법과 외교 관계를 고려해 선 긋기에 나서며 배후 의혹을 털려는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법원은 대사관 침입 용의자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며 미국을 압박해왔다. FBI는 자유조선으로부터 받은 물품을 2주일전 스페인 법원으로 넘겼고 스페인은 이를 북측에 돌려줬다고 로이터 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미 당국의 움직임은 대북 상황 관리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이번 테러 사건에 FBI와 반공화국 단체 나부랭이들이 관여되어 있다는 등 각종 설이 나돌고 있는 데 대해 주시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반발 대신 미국의 향후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북한으로선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북 단체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 부담스럽고 미국도 대화의 판 자체를 깨는 것을 원치 않아 양측이 대사관 습격 사건을 적당한 선에서 봉합하는 수순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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