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광화문 장외 집회 2만여명 참석, 보수층 결집 노려
靑 “黃 발언, 구시대적 색깔론”… 여권 반발 정국 경색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멈춤), 국민이 심판합니다'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주말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문재인 정권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좌파천국을 만들었다” “경제를 살릴 외교는 전혀 하지 않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고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대규모 장외투쟁으로 보수 결집을 시도한 것이지만 색깔론에 기댄 대결 정치 프레임이라는 여권의 반발도 불러왔다. 당분간 정국의 경색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치ㆍ여론 전문가들은 21일 “내년 총선까지 현재의 극단적 대치가 계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황 대표는 20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집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일절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자존심을 팔아먹고 대북 제재를 풀어달라고 구걸하고 다닌다” “대한민국이 (포퓰리즘으로 몰락한) 베네수엘라행 특급열차를 타고 망하는 길로 달려가고 있다”고도 했다.

이날 단상에 오른 한국당 주요 인사들도 ‘경제폭망 책임져라’ ‘종북 굴욕외교 포기하라’ 등의 선동적 구호를 외쳤다. “요즘 말로 국민마저 ‘X무시’하는 후안무치한 독재정권”(김태흠 의원), “위대한 국민들에게 푼돈을 살포하면서 국가의 노예로 만들려는 것”(전희경 대변인)이라는 거친 표현도 나왔다. 이날 장외집회에는 2만여명이 참석했으며, 나머지 1만여명은 당과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참여한 일반 국민이었다고 한국당은 추산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거리에서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 참석해 청와대로 행진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를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숨죽이던 한국당이 4ㆍ3 재보선 등을 거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본격적인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5ㆍ18 망언 당사자인 김순례ㆍ김진태 의원에 대해 경징계만 내린 결정이나, 박 전 대통령 석방론을 공론화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황 대표가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야 샤이 보수층은 물론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의 복귀 가능성이 커진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반(反)문 투쟁으로 보수 결집과 정계개편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지나친 대여 투쟁 모드, 박 전 대통령까지 끌어안는 보수 대통합 시도가 득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당장 여권의 반격이 시작됐고, 대통령 지지율도 48%로 여전히 지지층이 견고하기 때문이다.(19일 발표 갤럽 여론조사.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오차범위 ±3.1%포인트).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구시대적 색깔론으로 공당 대표의 발언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반공 이데올로기에 매몰돼 정치 공세만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도로 친박당으로 회귀해 최순실 국정농단의 그때로 대한민국을 되돌리고 싶은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다만 보수가 극단적 대여 투쟁에 나서도록 단초를 마련한 건 여권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청와대의 잇따른 인사 강행, 각종 경제지표 악화 등 미숙한 국정 운영이 명분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청와대와 국민 눈높이가 다르다는 지적이 있으면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야당에 일부 양보해야 하는데 독단적으로 비쳤다”고 했다. 배종찬 소장은 “각종 민생현안을 두고 한국당이 장외로 나갈 수 있었던 명분은 여권의 국정운영 독주를 견제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19일 오후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로 들어오고 있다. 이한호기자

여야의 드잡이질은 내년 총선까지 계속될 여지가 다분하다. 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회는 부산, 대구, 충청, 수도권을 돌며 현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행사를 계속할 계획이다. 특히 범여권이 추진하는 선거제개혁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결사 저지하겠다는 각오다. 반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이번 주 내에 패스트트랙 관련 담판을 짓고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어서 여야가 다시 정면 충돌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배종찬 소장은 “여권도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며 ‘야당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여야 모두 강대강 대치를 하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가진 듯하다”고 분석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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