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후유증 파킨슨병 투병… 조국 “시대 변했지만 상흔”
이희호 여사 같은 병원 입원 중… 충격 우려에 안 알려
조문객들이 21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홍일 전 의원의 빈소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전 민주당 의원의 빈소에 여야를 넘나드는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21일 오전 10시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된 빈소는 정식 조문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조문객들로 붐볐다. 김 전 대통령과 정치 여정을 함께 했던 한화갑·한광옥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은 이날 일찌감치 빈소에 들렀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빈소를 찾아 “김 전 대통령은 장남 사랑이 극진했다. 김 전 의원이 당신 때문에 고문 후유증으로 시달리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다”며 “고인은 진정한 의미에서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동지였다”고 애도했다.

여권에선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이해찬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씨 등이 잇따라 조문을 했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이 다녀갔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등 보수 정치인들도 빈소를 찾았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과 삼남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조문객을 직접 맞았다.

생전 김홍일(맨 왼쪽) 전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용인 묘지에서 성묘를 하는 모습. 김대중도서관 제공

전날 향년 71세로 별세한 김 전 의원은 새정치국민회의와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15·16·17대 국회까지 내리 3선을 지냈다. 김 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에 맞선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 배후로 지목돼 고초를 겪었고,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당시 모진 고문을 당해 목과 허리를 다쳤다. 재선 의원 시절에는 파킨슨병이 발병했다. 비례대표였던 3선 시절부터 병세가 악화돼 의정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던 중 안상태 나라종합금융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1억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06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억5,000만원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이후에는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후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병세가 짙어져 휠체어를 탄 채 조문객을 맞는 모습을 보였다. 고인의 정치 역경과 관련해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시대는 변화했지만 그 변화를 만든 사람들에게 남겨진 상흔은 깊다”면서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 그 독재를 옹호하고 찬양했던 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떠올린다”라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도 조문을 마친뒤 기자들과 만나 “저하고는 정치를 한 30년 동안 같이 한 셈인데 안타깝게 파킨슨병을 앓아서 말년에 고생을 많이 하셨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편 고인의 모친인 이희호 여사가 한 달 여 전부터 건강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김 전 의원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세브란스병원 VIP 병동에 입원해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922년생으로 올해 97세인 이 여사는 최근 간암이 악화돼 여러 차례 위험한 고비를 넘겼지만 현재 상태는 다소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의사소통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가족들과 측근들은 이 여사가 충격으로 인해 병세가 악화할 것을 우려해 일단 김 전 의원의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을 예정이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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