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신동준 기자

야구공이나 축구공도 아닌, 셔틀콕으로 맞혀서 생긴 부상도 배상해야 할까. 바로 코 앞에 있는 상대에게 지나치게 강하게 스매싱했다면, 법원은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A씨가 다친 건 지난 2017년이었다. 서울의 한 체육관에서 배드민턴 복식경기를 치르던 중 상대 선수 B씨가 스매싱한 셔틀콕에 오른쪽 눈을 맞았다. 셔틀콕 맞은 게 얼마나 될까 싶었지만 이 사고로 A씨는 인공 수정체 고정 수술을 받아야 했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1,000만원을 달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에선 A씨가 졌다. “피고가 경기규칙을 어기는 등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정상적인 게임 과정에서 셔틀콕 정도에 맞아서 발생한 부상이라 B씨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 김진주 기자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가 문제 삼은 것은 바짝 붙어서 게임을 진행했다는 부분이다. 게임에 참석한 양측 선수 모두 가운데 네트에 바짝 붙어 있는 상황에서 있는 상대에게 내려찍는 스매싱을 있는 힘껏 다 한 것은 주의 의무 위반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좁은 공간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배드민턴 게임의 특성을 감안하면 아무리 단단한 공이 아닌 셔틀콕을 쓴다 해도 “네트 가까이 붙어있던 상대방의 움직임을 충분히 살피면서 안전을 배려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봤다.

다만 A씨 또한 보안경을 쓰거나, 상대 공격에 몸을 돌려 피하는 등 자기 보호 조처를 게을리한 책임이 있는 만큼 B씨 책임은 2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부(부장 박광우)는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깨고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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