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로 실제 관측한 블랙홀 사진. 포토아이

“또 블랙홀이야?” 이달 초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블랙홀의 모습이 관측됐다는 소식이 떠들썩했다. 국내외 언론매체에서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한달 전 블랙홀을 ‘무더기로’ 발견했다는 글을 본 것 같아서였다. 확인차 예전 기사를 살펴봤다. 미국과 일본 공동 연구진이 블랙홀을 83개나 찾아냈다고 한다. 그 질량도 이번처럼 태양의 수백만 배 이상에 달했다. 그럼 이달 초 발표는 뭐였지?

내용을 자세히 보니 차이가 분명했다. 3월에 발표된 연구성과는 블랙홀을 직접 찾은 것이 아니었다. 블랙홀 주변의 거대 발광체인 퀘이사를 다수 발견했다. 좀 더 검색해보니 블랙홀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한 연구는 수두룩했다. 이들에 비해 이달 초 발표는 블랙홀 위치에서 직접 해당 영상을 얻었다는 점에서 새로웠다.

이제야 블랙홀의 신비를 감상할 마음이 생겼다. 주변의 무엇이든 삼켜버리는 괴이한 존재라는 얘기를 들어왔기에 호기심이 컸다. 뭐부터 읽을까 고민하다가 한국천문연구원의 보도자료에 눈길이 갔다. 이번 촬영에 한국의 우주전파관측망과 8명의 연구진도 기여했기 때문에 보도자료 작성에 꽤 신경을 썼을 듯했다.

전문용어로 가득한 천문학 지식을 일반인에게 설명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당연히 오해도 많다. 이를 의식한 듯, 이번 발견의 의미를 정확히 알리려고 고심한 모습이 느껴졌다.

먼저 블랙홀의 정의. 우리말로 ‘검은 구멍’일 텐데, 진짜 구멍을 떠올리면 안 된다고 한다. 블랙홀은 극도로 압축돼 있으면서 엄청난 질량을 가진 천체이다. 다만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강력한 중력을 갖고 있어 검은 구멍처럼 보일 뿐이다. 그런데 누구도 블랙홀을 직접 본 적도, 볼 수도 없다고 한다. 여기서 궁금증이 또 생겼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무슨 재주로 블랙홀을 촬영한 것일까. 자료에 따르면, 블랙홀이 아니라 블랙홀의 ‘그림자’ 영상을 얻었다고 한다. 이 대목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첫 관측’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언론매체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를 설명할 때 적절한 비유가 동원됐다. 이번 블랙홀까지 가려면 빛의 속도로 5,500만년이 걸린다는데, 도무지 실감나지 않는 거리이다. 미국의 한 매체는 이렇게 멀리 있는 블랙홀을 촬영한 망원경의 성능을 ‘동부 워싱턴 DC에서 서부 로스앤젤레스의 25센트 동전 발행연도를 맞추는 수준’으로 비유했다. 과학적 수치에 비해 훨씬 실감나는 표현이다. 블랙홀의 크기를 우리 태양계 크기로 비교한 점도 좋았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별이 아니라 구멍을 떠올리게 하는 작명이 여전히 못마땅했다. 이번 영상에서 블랙홀이 도넛처럼 보인다는 언급도 오해를 부추길 수 있다. 원래 이 천체는 1783년 영국의 존 미첼 박사가 ‘어두운 별’이라 불렀는데, 1967년 미국의 존 휠러 박사가 한 학술회의장에서 블랙홀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그 존재를 좀 더 간명하고 쉽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좋은 의도였음에도, 블랙홀이라는 용어는 일반인에게 잘못된 개념을 전파하는 효과도 낳은 듯하다. 생각의 진전을 막기도 한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블랙홀이 실제로는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의 하나라고 주장했다는데, ‘검은 구멍’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얘기여서 의미가 잘 와닿지 않는다.

무엇보다 핵심 개념에 대한 표현, 즉 블랙홀 주변이 ‘사건의 지평선’이라거나 그 안에서 ‘시공간이 뒤틀린다’는 말은 몇 번이나 들여다봐도 난해했다. 세기적 발견을 축하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핵심 개념을 훨씬 친절하게 해설해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블랙홀이 발견된다 해도 일반인의 이해도와 관심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것이다.

김훈기 홍익대 교양과 교수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