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 단독주택 모습. 연합뉴스

서울 일부 지역의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오류가 드러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주택 공시가격 산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과세를 비롯해 공시가와 연계된 광범위한 행정행위의 신뢰성까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가 민원 해결 차원에서 정부가 제시한 기준(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과 동떨어진 공시가를 매긴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증폭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산정 기준을 투명화하고 공시 대상을 넓히는 등 주택 공시가격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0.5% 오류라지만 신뢰 하락 불가피

18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국토부가 서울 8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단독주택 공시가격 오류 시정을 요구한 것을 계기로 주택 공시가 산정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토부가 이번 조사를 통해 발견한 오류는 456건이다. 조사 대상(9만호)의 0.5% 수준이다. ‘미미한 규모’라는 평가도 없지 않지만, 공시가격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가볍게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공시가격은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거래세(양도소득세, 취등록세) 등 각종 세금의 부과 기준일 뿐 아니라 기초노령연금 수령자 결정을 포함해 복지ㆍ행정ㆍ보상 등 60개 항목에서 정책 수단으로 활용되는 만큼 그에 걸맞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는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표준-개별주택 상승률 격차가 3%포인트 이상 벌어진 8개구(종로ㆍ중ㆍ용산ㆍ성동ㆍ서대문ㆍ마포ㆍ동작ㆍ강남구)에 한정해 진행됐다. 서울의 다른 자치구나 지방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공시가격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 8개구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면 전국 245개 시ㆍ군ㆍ구에서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여론조사라면 오차범위가 있을 수 있지만 정부 통계는 한 번 신뢰를 잃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만큼 일말의 오류도 있으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형평성을 위해 정부가 지자체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는 조사 범위를 한정한 이유에 대해 “다른 지역은 공시가격 간 변동률 격차가 상대적으로 적어 문제 발생 소지가 적다고 판단했다”며 “그렇더라도 한국감정원의 전산시스템 분석 등을 통해 오류가 의심되면 조사해 해당 지자체에 통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표준주택과 개별주택 비교. 그래픽=박구원 기자
◇”깜깜이 공시제도 개선해야”

국토부는 이번에 적발된 오류 대부분이 담당 공무원의 ‘실수’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자체가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표준주택을 기준으로 삼거나 용도지역 변경 등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 원인이 ‘깜깜이 부동산 공시제도’에서 비롯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가 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높이겠다며 올해 전국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지난해 대비 평균 9.13%나 끌어올리면서도 산정 과정 및 절차에 대해 밝히지 않다 보니, 지자체가 표준주택 공시가 상승의 취지를 개별주택 공시가격 산정에 반영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은 “국토부가 표준주택 공시가 산정근거 공개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선 지자체에도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스스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며 “산정근거를 투명하게 제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개별 지자체의 자의적 가격 조작을 막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촘촘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시 범위 확대 등 주택 공시제도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재 간단한 보도자료 형식으로 발표하고 있는 공시가격을 조사 과정 전반을 담은 보고서와 함께 제시한다면 투명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향후 2, 3년 간의 제도운용 계획이 담긴 중장기 로드맵을 설정하는 등의 제도적 틀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실거래가 반영률 등 부동산 공시가격의 세부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공시제도 개편에 힘을 싣고 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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