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산업단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기업 등 전남 여수산업단지 사업장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 대행업자와 짜고 수년간 미세먼지 원인물질 배출 농도를 속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ㆍ전남 지역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들을 조사해 여수산단 업체 4곳의 조작 사실을 확인, 이들 업체에 측정을 의뢰한 사업장 235곳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측정업체들은 2015년부터 최근까지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축소하거나, 아예 측정하지도 않은 채 1만4,000건의 허위 성적서를 발행했다. 심지어 대기유해물질 배출 기준치의 173배 이상을 초과했는데도 이상이 없다고 조작했다. 한 업체는 대행업체에 배출 수치를 낮추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배출가스 조작 행태가 여수산단에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환경부가 이번 적발을 ‘빙산의 일각’이라며, 5월까지 전국 일제 점검 등 측정 대행업체 불법행위 근절 방안을 마련한다니 철저한 단속을 기대한다.

정부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기후환경회의를 만들고 중국과의 국제협력을 강화하려는 시점에 드러난 우리 환경 당국의 허술한 관리 실태에 낯이 뜨거워진다. 올해 1월부터 심각한 수준의 미세먼지가 빈발하고 국민 피해가 커지자 환경부는 ‘국외 영향이 70%가 넘는다’며 책임을 중국에 전가했다. 이에 중국 정부 관계자가 “남의 탓만 하다가는 미세먼지를 줄일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반박해 한중 갈등마저 우려됐다. 하지만 이번 조작 실태 적발은 환경부가 국내 불법 배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수치까지 대며 ‘국외 영향’을 거론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난감하기 짝이 없다. 최근 국회의원들이 미세먼지 저감 대책 논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하려다 거부당했는데 정부 차원에서 항의하기도 힘들어졌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저감 노력이 성공하려면 국제공조는 필수다. 이제라도 국내 미세먼지 원인물질 발생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줄이려는 노력을 다해야 중국 등 주변국 협조도 얻을 수 있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중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라 상호협력”이라는 반기문 위원장의 발언은 ‘중국 눈치보기’가 아니라 올바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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