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며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 앉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차 남북정상회담 필요성에 공감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서 판문점 선언과 9ㆍ19 평양공동선언의 철저한 이행을 분명히 한 점을 여건 충족의 근거로 들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한 사실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은 교착된 북미 협상의 중재자, 촉진자로서의 역할에 다시 한번 시동을 건 것이다. 문 대통령 언급대로 북미 정상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도 불구, 3차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상태다. 문 대통령이 ‘오지랖 넓은 중재자’란 김 위원장의 힐난에도 그의 대화 재개 의지를 높이 평가한 것은 우리의 역할에 대한 북한의 요구와 기대를 충분히 감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 공간이 넓어질수록, 문 대통령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가 잦을수록 북미 간 이해와 신뢰는 물론 북한이 얻게 될 반대급부도 커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남북 정상회담에 적극 임해야 함이 마땅하다.
북미 정상은 하노이에서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요구 수준을 확인한 바 있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비핵화 목표를 정하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과 로드맵을 정하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남북 정상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굿 이너프 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상태다. 또 김 위원장이 3차 북미 정상회담 시한으로 정한 연말까지 북미 협상의 진전을 위해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남북 정상간 밀도 있는 대화가 있어야 한다.
이런 논의를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매듭짓기란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다. 남북 정상이 합의하고 약속한 대로 수시로 만나 북미 협상의 꼬인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화롭고 공동 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위해 김 위원장은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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