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남양주 왕숙지구.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집값 안정 및 수요 분산을 위해 조성 예정인 3기 신도시 등 30만 가구 택지지구에 대한 축소론이 정부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최근 2기 신도시와 수도권 주요지역에서 미분양이 속출하는데다 서울 지역에서도 미분양이나 대량 미계약 사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2023년 이후 서울지역 공급 물량이 대폭 감소하는 만큼 지금부터 공급 계획을 짜놓아야 중장기적인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반론도 적잖다.

 ◇수도권 넘어 서울도 대량 미계약 

14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이 지난 11일 ‘남양주 더샵 퍼스트시티’의 1ㆍ2순위 청약 신청을 마감한 결과 총 1,045가구 모집에 신청 접수된 청약통장은 807개에 그쳤다. 6개 주택형 가운데 전용면적 75A형(1.00대 1)과 84A형(1.78대 1)만이 모집자를 겨우 채웠고 나머지 4개 주택형은 모두 미달됐다. 이 단지는 1,000가구 넘는 대단지 대형 브랜드인 점,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점, 남양주 진접에서 10년 만에 나온 신규 분양 아파트란 점 등으로 ‘완판’을 예상했지만 분양 성적표는 저조했다.

경기뿐 아니라 인천에서도 미분양 단지가 쏟아지고 있다. 검단신도시가 특히 맥을 못 추고 있다. 대방건설이 최근 공급한 인천 ‘검단 대방노블랜드’는 1,274가구 모집에 87명이 신청해 1,187가구의 대량 미분양 물량이 발생했다. 대우건설의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도 일부 주택형에서 1ㆍ2순위 청약 모두 미달됐다.

서울 지역 분양시장도 최근 심상치 않다. 효성중공업이 지난 2월 서대문구에서 분양한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419가구를 일반 분양한 결과 41%인 174가구가 미계약됐다. 이 단지는 분양 당시 평균 11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분양가격도 9억원을 넘지 않아 중도금 대출 제외 대상이 아니었던 점을 감안하면 뜻밖의 저조한 결과다. 노원구에 분양한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도 전체 일반분양 560가구의 11%인 62가구가 미계약됐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분양된 대림산업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가 서울 지역에서 이례적으로 미분양이 발생했다. 같은 달 분양된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는 일반물량 403가구의 15%인 60가구가 미계약됐다.

올해 수도권 주요 아파트 미분양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수도권 3기 신도시 예정지. 그래픽=박구원 기자
 ◇“신도시 계획 수정해야” vs “중장기 고려 원안대로” 

이 같은 분양시장 상황에 대해 정부 역시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내부에서는 3기 신도시를 조성하려던 이유가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한 것이었는데 소기의 목적이 이미 달성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3기 신도시 조성 작업이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진척이 더딘 데다 보상비 문제가 부담이 되는 점도 ‘주택 공급 축소론’의 근거다. 국토부는 지난해 2차례에 걸쳐 19만 가구의 택지지구 조성 대상지를 발표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11만 가구의 추가 대상지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신도시 계획의 원안 수정은 2003년 2기 신도시 때도 전례가 있다. 당시 정부는 경기 김포, 인천 검단, 화성 동탄1ㆍ2 등 수도권 10개 지역을 비롯해 대전 도안 등 충청권 2개 지역 총 12개 지역을 2기 신도시로 지정했다. 하지만 2기 신도시는 2006년 판교 분양 이후 대부분의 택지지구 사업 진행이 더뎌졌고 경기 오산, 충남 아산 등지의 사업은 아예 취소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원안대로 추진할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가 중장기적인 공급 방안인 만큼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 지역의 재건축이 사실상 중단돼 2023년 이후 서울의 입주물량이 거의 끊긴다는 점에서 지금부터 공급계획을 미리 짜놓아야 중장기적인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의 재건축 규제 등으로 인해 2023년 이후 서울에 대규모 신규 단지 입주는 사실상 끝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일정대로 신도시 개발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