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5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선체가 서 있는 전남 목포신항에서 청소년이 추모글을 읽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강원 고성군에서 산불이 시작된 시간은 4일 오후 7시17분. 총력 대응을 구두 지시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직접 나온 시점은 산불 발화 5시간여 뒤인 5일 0시20분이었다. 일부 극우 성향 유튜브 방송에선 다음날 곧바로 문 대통령 음주 숙취설, 보톡스 시술설 같은 ‘허위정보’를 퍼뜨렸다. 면책특권이 있는 정치인들은 이를 확산시켰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술에 취해 있었냐”, “많은 국민이 (대통령) 지병설, 숙취 의혹을 얘기한다”고 질문했다. 허위정보를 자꾸 거론해 뉴스로 만들려는 의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구글에서 ‘문재인 5시간’을 입력하면 맨 위에 나오는 콘텐츠는 이런 얘기를 자극적 제목으로 꾸민 유튜브 동영상이었다. ‘朴의 7시간 궁금했듯 文 대통령 5시간도 궁금’, ‘문재인 술 취해 있었나? 국회서 터진 산불 5시간 분 단위로 해명하라’ 등등. 이런 ‘문재인 5시간’ 프레임 짜기 의도는 뻔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초기 대응 실패를 상징하는 ‘세월호 7시간’처럼 문 대통령의 산불 대처에도 뭔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가짜뉴스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여권이 검찰에 고발했으니 진위가 드러날 것 같기는 하나 반복되는 소동이 답답했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우선 허위정보 난립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업체의 탐욕 탓이 크다. ‘유튜브 경영진이 내부 경고를 무시하고 조회수가 높아 수익성이 큰 유해 콘텐츠를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확산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는 지난 2일 미국 블룸버그 보도가 대표적이다. 유튜브 측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키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페이스북도 최근 악성 콘텐츠 단속 강화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뉴질랜드 모스크 테러범의 총격 영상이 페이스북에서 생중계되고 비판이 거세진 뒤 나온 조치다.

플랫폼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며, 국가기관이 앞장서 검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왜곡과 거짓으로 혐오와 차별을 부추겨 돈이나 챙기는 방식에 대해선 플랫폼 차원에서 예방과 제어 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자동 추천 알고리즘으로 허위정보를 담은 영상이 쉽게 퍼지는 상황을 막을 의사는 있는지, 제어할 수는 있는지, 회의적 반응이 많지만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유튜버와 정치인들의 사악한 의도다. 2014년 4월 16일 탑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한 뒤 드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가의 무능과 잘못은 무수했다. 대통령이 긴급 상황에서 대면보고는 물론 전화ㆍ서면보고도 빨리 받지 않고, 최순실과의 회의 후에야 중앙재해대책본부로 나간 뒤, 엉뚱한 구명조끼 질문이나 하게 만드는 어처구니 없는 시스템이 확인됐다. 국가 최고 지도자는 직무불성실로 수많은 국민이 생명을 잃고 안전을 위협 받는 상황을 방치했고,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라고 만들었던 조직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했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요구에서 나온 ‘세월호 박근혜 7시간’ 문제 제기가 ‘문재인 5시간’ 식으로 비교될 일인가.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은 괜찮았나 확인하고 반성하고 대비해야 똑같은 참사를 면할 수 있다는 외침을 이처럼 무참하게 희화화할 수 있는 건가.

세월호 참사 후 5년이 흘렀다. 죄 없이 죽어간 생명들, 그 고통을 견뎌온 유가족, 그리고 함께 슬퍼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쏟았던 한국 사회를 생각한다면 ‘문재인 5시간’ 식의 조어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긴 광화문 세월호 천막 단식장 앞에서 치킨을 뜯고, 교통사고 보상금이냐고 비아냥대던 그들이다. 지금 허위정보를 ‘진짜뉴스’처럼 포장해 전하는 악성 유튜버의 뿌리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공감 능력을 상실하고, 정치 대신 정파와 정략만 남은 사람들이다. 혹세무민에 세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양화가 악화를 구축’해야 한다. 미디어의 노력뿐만 아니라 깨어있으려는 시민들의 힘 또한 필수적일 것이다.

정상원 디지털콘텐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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