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WTO 분쟁서 승소
일본산 수산물 수입 대응 시민 네트워크 회원들이 1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무역분쟁의 대법원 격인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가 1심 판정을 뒤집고 ‘한ㆍ일 후쿠시마(福島)산 수산물 분쟁’에서 한국의 손을 들어준 건 일본 수산물의 잠재적 위해성이 크다는데 WTO도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1심에선 방사성물질 농도를 측정할 때 대표적인 지표로 활용되는 세슘 검사 결과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치가 위해 기준을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본이 승소했었다. WTO 주요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 분쟁에서 1심 판결이 바뀐 건 이번이 처음이다. 14개월 만에 ‘역전승’을 거둔 우리 정부는 현재의 수입 제한 조치를 항구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간) WTO 상소기구는 일본이 제기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제소 사건에서 1심 격인 분쟁해결기구(DSB) 패널의 판정을 뒤집고 한국의 조치가 타당한 것으로 판정했다. 한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일본 정부 주장과 달리 자의적 차별이 아니고, 무역을 제한하지도 않는다고 본 것이다.

앞서 한국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3년 9월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인근 8개현에서 잡은 28개 어종 수산물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자 일본은 2015년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50여개국 중 강한 제재를 내린 한국을 콕 집어 WTO에 제소했다. 긴 공방 끝에 지난해 2월 1심에선 “한국의 수입 규제 조치가 WTO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과 맞지 않는다”며 일본 승소를 선언했다.

패소 이후 국무조정실을 포함해 외교부ㆍ산업통상자원부ㆍ해양수산부ㆍ농림축산식품부ㆍ식품의약품안전처ㆍ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련 부처는 바쁘게 움직였다. 지난해 말에는 상소심을 준비하기 위해 정부 대표단 20여명이 WTO가 위치한 스위스 제네바의 한 호텔에서 3주 동안 틀어박혀 시뮬레이션을 통한 대응 전략 마련에 공을 들였다. 정하늘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과장은 “일본의 특수한 상황을 강조하면서 잠재적 위해성이 큰 후쿠시마산 수산물은 다른 나라 수산물과 다르고, 그에 따라 내려진 규제 조치도 역시 정당하다는 논리로 상소심에 나선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상소기구가 내린 판결도 우리 정부 논리와 비슷했다. 상소기구는 “식품 오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본의 특별한 환경적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대표 방사성물질인 세슘 검사 수치만 고려해 일본과 다른 나라의 상황이 유사하다고 결론 내린 1심 판정을 파기했다. 앞서 일본은 수산식품 400~500개의 표본검사에서 세슘의 수치가 위해 기준을 넘지 않는다면 다른 방사성물질 농도도 높지 않을 거라 예측되는 만큼, 세슘 기준을 충족한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한국ㆍ유럽산과 비교해 특별히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고, 이 주장은 1심에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정 과장은 “세슘 검사만으로는 또 다른 방사성물질인 스트론튬-90 농도 등을 예측할 수 없는데 상소기구가 이런 잠재적 위험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용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안전정책국장은 “지금도 일본산 식품에 대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만 규제 확대 필요성이 있다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슘의 일종인 세슘-137은 근육에 주로 축적되고, 유전물질(DNA)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을 유발한다. 뼈에 쌓이는 스트론튬-90은 골수암과 백혈병 등을 불러올 수 있다. 앞서 2014년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세슘-137 20억 베크렐(Bq), 스트론튬-90 50억Bq이 매일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고 밝혔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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