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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뚜렷한 결실 없이 북한 설득ㆍ중재 과제 남긴 한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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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뚜렷한 결실 없이 북한 설득ㆍ중재 과제 남긴 한미 정상회담

입력
2019.04.13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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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이너프딜’ 美 반응 불확실

보도자료에서도 양국 온도차

남북회담 등 북한 설득 중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지지부진한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찾는 데 방점이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국내 중대 행사까지 제쳐두고 떠난 방미길에서 문 대통령이 거둔 수확은 만족스럽다고 평가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북미가 ‘비핵화 빅딜’과 ‘제재 해제’로 대치하는 상황을 풀기 위해 최근 우리 정부가 가다듬은 중재 구상은 이른바 ‘굿 이너프 딜’이었다. 포괄적인 비핵화에 합의하면서 로드맵에 따라 단계적으로 비핵화 조치와 보상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양국 정상의 발언과 언론보도문을 종합하면 회담에서 이에 대한 미국 측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ㆍ완화 조치를 논의할 것이며 스몰딜도 가능하다는 의사를 표시했지만 현 단계에서는 ‘핵무기를 폐기’하는 ‘빅딜’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핵화 보상 조치의 하나로 우리 정부가 염두에 둔 개성공단ㆍ금강산 관광 재개도 “적기가 아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청와대 언론보도문에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 계획, 추가 북미 정상회담 의지, 톱다운 방식 대화 지속 등의 표현이 있지만 백악관 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하나도 담기지 않아 온도 차가 느껴졌다.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공통된 문장은 “대화의 문이 항상 열려 있다” 하나뿐이었다. 비핵화 협상이 좌초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중대 국면의 회담 성과로는 빈약했다.

그렇다고 이런 결과에 낙담할 필요는 없다. 한미 정상회담은 ‘촉진자‘를 자임하고 나선 우리 정부가 비핵화 협상에 재시동을 걸기 위해 미국의 구상과 의지를 확인하면서 우리의 의견을 밝히는 자리였다. 서둘러 이번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대북 특사를 파견하는 것은 물론,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의사를 파악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

북한은 1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을 국무위원장에 재추대하는 지도부 인사를 발표했다.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영남에서 최룡해로 세대교체됐고, 하노이 회담 후 문책설까지 나돌았던 최선희가 부상(차관급)으로는 이례적으로 국무위원이 된 점 등은 대미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

향후 전개될 남북 정상회담과 추가 한미 정상회담에 비핵화 협상의 운명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재로 역할이 한정된 정부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실기하지 않고 비핵화 작업의 청사진을 완성하겠다는 비상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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