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사설] 낙태 후속 입법 과정, 성숙한 사회로 가는 논의의 장 돼야

알림

[사설] 낙태 후속 입법 과정, 성숙한 사회로 가는 논의의 장 돼야

입력
2019.04.12 04:40
31면
0 0
낙태죄 위헌판결낙태죄폐지공동행동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2019-04-11(한국일보)
낙태죄 위헌판결낙태죄폐지공동행동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2019-04-11(한국일보)

형법의 낙태 처벌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향후 낙태 관련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회는 내년 말까지 헌재 결정 취지를 반영해 형법, 모자보건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의료계 등이 현실을 반영한 판결이라고 환영하고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깊은 유감을 나타낸 데서 보듯 논의 과정에서 갈등과 대립,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정부와 국회가 철저한 준비와 충분한 의견 수렴으로 갈등을 원만히 조정해야 한다.

향후 낙태 논쟁의 핵심 쟁점은 임신중절 허용 조건과 기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낙태 허용 기간에 대해서는 헌법재판관들도 의견이 갈렸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임신 22주로, 단순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임신 초기인 14주 무렵으로 판단했다. 결국 헌재는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는 기간을 입법 과제로 남겼다. 현재 영국의 경우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되, 그 이후라도 산모 건강이나 심각한 기형 등의 예외를 두고 있는데, 이런 선진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임신한 여성의 사회ㆍ경제적 여건을 파악하고 상담과 조언을 통해 최종 결정을 할 충분한 시간(결정 가능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여성계는 모자보건법 14조가 정한 낙태 허용 사유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모자보건법은 우생학적ㆍ유전적 정신장애나 전염성 질환을 가진 경우, 성범죄 또는 친족 간 임신의 경우,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5가지로 낙태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별ㆍ별거ㆍ이혼이나 경제적 어려움, 사회 활동으로 인한 사유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기본권 보호와 시대 변화상 등을 고려해 참작의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시급한 것은 의료 현장에서의 혼돈 최소화다.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이 개정되지 않았는 데도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계기로 의료진과 환자들이 낙태 여부를 놓고 충돌하는 등 의료 현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불법적으로 행해지던 낙태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만연하는 것도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법 개정 전 낙태와 관련된 행정지침이 필요한 이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