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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한항공의 부흥 숙제 남기고 떠난 고 조양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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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한항공의 부흥 숙제 남기고 떠난 고 조양호 회장

입력
2019.04.09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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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 미국으로 출국해 폐질환 수술을 받고 회복했으나 최근 지병이 악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인으로서 적지 않은 업적을 남긴 그의 갑작스러운 타계는 착잡함을 느끼게 한다. 고인은 말년에 ‘땅콩 회항’부터 잇달아 터진 가족ㆍ경영비리로 들끓은 사회적 질타를 오롯이 감당해야 했다.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주주들에 의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 재벌 총수 사상 처음으로 경영권을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고인은 99년 창업주를 이어 대한항공 경영을 맡았다. 69년 적자 상태의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대한항공을 설립할 때만 해도 8대뿐이던 항공기는 고인이 경영을 맡은 기간 중 166대로 늘었고, 대한항공은 국제선 43개 노선, 111개 도시에 취항한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했다. 대한항공 기내 서비스는 세계적 정평을 얻을 정도였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행위원회 위원 등을 거치며 국제항공업계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같은 경영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소유ㆍ경영 분리, 가족 중심의 낙후된 지배구조는 ‘땅콩 회항’ 사건을 계기로 각종 치부를 드러내며 대한항공 경영을 급격히 흔들기 시작했다. ‘정치적 타깃’으로 찍혔다는 얘기까지 공공연히 돌았다. 그럼에도 최대 주주로서 자숙 기간을 거친 뒤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고인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대한항공의 미래가 불확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남게 됐다.

대한항공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가적 자랑이었을 정도로 훌륭한 항공사였다. 고인이 오욕을 안고 간 만큼, 이젠 오너 일가의 불법ㆍ비리 문제와는 별개로 대한항공을 부흥시켜야 할 숙제가 우리 사회와 대한항공 임직원, 유족에게 남게 됐다. 오너 리스크를 조속히 해소할 수 있도록 새롭고 투명한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고인이 남긴 좋은 기업 전통을 살려 대한항공이 세계 최고 항공사로 재도약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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