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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ㆍ가계 주름살 깊은데 은행만 ‘이자 장사’로 초호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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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ㆍ가계 주름살 깊은데 은행만 ‘이자 장사’로 초호황이라니

입력
2019.04.08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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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를 제외한 국내 12월 결산 상장기업들의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15.4% 급감한 43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제조업의 불황 탓이다. 반면 은행 순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23.4% 급증한 13조8,000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기업과 가계의 심각한 부진 속에서도 사실상 독과점 체제에 기대고 있는 은행들만 호황을 누리는 현실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결산자료에 따르면 수출 기업들과 은행 실적이 극적으로 쌍곡선을 그린 시기는 지난해 4분기다. 당시 삼성전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2%, 28.7%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42.6% 속락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현대차도 비슷하다. 지난해 4분기에 2,000억원대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LG화학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2.9% 급감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은행들은 10조5,000억원의 이자 이익을 거둬 분기 실적으로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다.

은행의 이자 이익은 기업금융과 함께 1월 현재 1,033조원에 이른 가계대출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로 조달금리와 대출금리 간의 이자 마진에 기댄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으로 최대 호황을 누린 셈이다. 은행 금리가 완전경쟁 체제에서 정해지는 시장가격이라면 모르겠으나 실질적으론 금융당국이 적정성을 따져 금리 수준을 허용하는 시스템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대출금리 관련 비리가 터질 때마다 적정성을 따지겠다고 엄포를 놨었다. 지난해에는 대대적인 대출금리 산정 체계 적정성 점검을 실시해 일부 개선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하지만 은행의 ‘나홀로 호황’은 당국의 대책이 시늉뿐이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은행의 지나친 이자 장사를 방치하는 것은 소비자에겐 고통을 주고, 은행엔 금융업 발전을 막는 독소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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