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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기초학력 진단평가 의무화에 “일제고사 부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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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기초학력 진단평가 의무화에 “일제고사 부활” 논란

입력
2019.04.02 18:41
수정
2019.04.02 21: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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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력저하 개선 위해 불가피”… “학교 경쟁 심화, 학원 배 불려” 비판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지난 7일 전북 전주 호남제일고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전주=뉴스1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지난 7일 전북 전주 호남제일고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전주=뉴스1

교육부가 내년 3월부터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파악하는 진단평가를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의무화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일제고사가 부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갈수록 떨어지는 기초학력을 끌어올리려면 전수 방식의 진단평가는 불가피하다는 교육부의 입장과 학교 간 경쟁만 심화시킬 뿐이라는 반박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교육부는 모든 초1~고1 대상으로 학습 부진아를 변별하는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기초학력 보장법을 상반기 내로 제정하기로 했다. 해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늘어나면서, 현재 평가를 하고 있는 표집 학교 이외 나머지 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진단과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교육과정 이해도가 20% 미만인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지난해 중3이 국어 4.4%, 수학 11.1%, 영어 5.3%, 고2가 국어 3.4%, 수학 10.4%, 영어 6.2%로, 고등학교 ‘국어’ 영역만 제외하고 전년도보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모두 높아졌다. 교육부가 매년 발표하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근거해 나오는데, 현재는 중3, 고2의 3%에 해당하는 표집 방식으로만 진행된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시험을 실시한다는 방침에 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학부모 이모(47)씨는 “학교에 보내는 것만으로는 자녀의 기초학력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답답할 때가 많았다”며 “평가 결과를 토대로 교사가 학부모에게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혁신교육, 자유학기제 등 ‘과정 중심의 평가’를 한다더니 또 다시 시험을 본다는데 혼란스럽다는 학부모들도 있다. 서울 강남구의 혁신초에 자녀를 보내는 김모(46)씨는 “혁신학교라고 숙제도 거의 내주지 않고 시험도 안 보는데 또 다시 평가를 한다고 하니 황당하다”며 “평가가 나쁘게 나오면 그것 때문에 학원을 다녀야 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원만 배불리는 정책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선 교사들 중심으로는 과거 평가 결과를 공시하면서 시도간 서열화를 조장하고 극단적 경쟁을 불러일으켰던 일제고사와 같은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구로구의 중학교 교사 이모(41)씨는 “아무리 ‘기초학력’을 평가하는 쉬운 문제라 하더라도 결국 자기 지역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줄이기 위해, 시도 교육감은 학교장을, 학교장은 교사를, 교사는 또 학생들을 압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습부진아로 진단된 이후 기초학력을 높일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 시흥의 초등학교 교사 김모(42)씨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지도는 난독증이 있는 학생도 많다 보니 상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며 “진단 이후에 아이들의 학력을 끌어올릴 전문성 있는 프로그램이나 인력은 사실 전무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초1~고1까지 모든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맞춤 지도하는 내용을 담은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초1~고1까지 모든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맞춤 지도하는 내용을 담은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일제고사와 같은 부작용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기초학력 진단평가의 시험 방법은 학교 선택에 맡길 예정인데 난이도가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배동인 교육부 교육기회보장과장은 “학업성취도평가는 수준이 고난도, 중난도, 저난도로 다양하지만, 기초학력 진단평가는 ‘저난도’ 문제로만 구성된 시험으로 30명 중 1, 2명만 걸러내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초등학교 1, 2학년 같은 저학년으로까지 시험을 확대하는 것은 입학 전 선행학습 없이도 충분히 학교 교육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과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전북 이리동남초 교사)은 “요즘 초등학생들은 학습 부담을 줄인다면서 알림장 적기, 받아쓰기도 안 하는 추세인데 진단평가를 의무적으로 한다는 것은 이 같은 취지와 충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려면 진단평가 자료 활용 방안을 극히 일부로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초학력 미달과 관련된 대책을 시행하려면 어떤 형태의 검사든 진단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해외 사례를 봐도 진단 결과에 따라 상벌을 연계하기 시작하면 커닝이나 성적 조작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평가 목적과 용처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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