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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레깅스는 노예 의상” 주장에 ‘레깅스 시위’ 맞불

입력
2019.03.31 17:00
수정
2019.03.31 17:5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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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학생이 ‘레깅스 시위’에 동참하는 의미로 짧은 레깅스를 입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트위터 캡처
한 여학생이 ‘레깅스 시위’에 동참하는 의미로 짧은 레깅스를 입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트위터 캡처

“레깅스는 노예 의상”이라며 여대생들에게 레깅스를 입지 말 것을 당부하는 한 학부모의 기고에 여대생들이 되레 ‘레깅스 시위’로 맞불을 놓았다. 미국 사회에 레깅스를 둘러싼 오래된 논란이 다시 재연되는 모습이다.

논란을 부른 글은 지난달 25일 카톨릭계 사립대인 노트르담대 신문에 게재된 ‘레깅스 문제’라는 제목의 기고문. 카톨릭 신자이자 네 아들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마리안 화이트는 지난해 가을 이 대학의 성당 미사에 참석했다가 짧은 상의에 몸매가 드러나는 레깅스를 입은 많은 여대생들을 보고 당황했던 경험을 전하면서 “나는 보고 싶지 않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젊은 남성들이 이를 무시하기는 얼마나 더 어렵겠냐”고 한탄했다.

그는 특히 영화 ‘스타워즈’에서 레아 공주가 자바 헛에게 붙잡혀 노예 상태로 황금비키니를 입어야 했던 장면을 예로 들면서 “레깅스는 노예 의상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패션산업이 여성들을 자발적으로 노출하게끔 유인하는 것을 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레깅스를 입는 것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패션산업의 상술에 이용되는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영화나 비디오 게임 등에서 여성을 ‘베이브(babes)’라고 묘사하는 세계에서 카톨릭 어머니들은 여성은 누군가의 딸이자 누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도 했다.

이 같은 호소는 그러나 여대생들의 거센 반발을 부르며 되레 역효과를 불렀다. 학내 한 동아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두 함께 레깅스를 입는 ‘레깅스 프라이드 데이’(Leggings Pride Day)를 제안하며 “여성들이 입고 싶은 옷을 입을 권리를 확인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동아리는 기고문이 남성의 부적절한 행동이 여성의 의상 때문이라고 암시함으로써 강간 문화를 영속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1,000여명의 학생들이 레깅스를 입은 사진 등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동참 의사를 밝혔고 ‘레깅스 시위’, ‘레깅스를 사랑하는 날’ 등의 제안도 잇따랐다. 이런 반발 속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옷을 단정하게 입는 것이 여성의 권리 침해는 아니다”는 등 기고문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운동복의 일종인 레깅스를 체육관 밖에서도 입는 것이 적절한 지를 두고 미국에선 논란이 지속돼왔다. 수년 전 여중고생들 사이에서도 레깅스가 유행하자 상당수 학교가 레깅스 착용을 금지하면서 논란이 크게 일었고, 2017년에는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레깅스를 입은 10대 여성의 항공기 탑승을 거부해 비난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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