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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 18주년… 단순한 공항이 아니라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이 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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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 18주년… 단순한 공항이 아니라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이 돼야죠”

입력
2019.04.01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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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

[저작권 한국일보]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3월 27일 영종도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 사장은 인천공항이 가야 할 길을 묻자 “단순히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곳이 아니라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공항, 공항을 넘어선 공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3월 27일 영종도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 사장은 인천공항이 가야 할 길을 묻자 “단순히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곳이 아니라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공항, 공항을 넘어선 공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호 기자

정일영(62)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2016년 2월 무더기 항공기 운항 차질을 일으킨 수하물 대란과 잇따른 밀입국 사건으로 인천공항이 크게 흔들릴 때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취임 직후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면서 등산화를 신고 100일간 공항 곳곳을 누볐다. 이후 공항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 12연패(2005~2016년)에 성공했다. 2017년에는 개항 이래 처음으로 매출 2조원(2조4,306억원)과 당기순이익 1조원(1조1,164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월 제2여객터미널 개장과 함께 평창동계올림픽 선수단 수송도 무사히 마쳤다. 그 사이 인천공항은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제치고 국제 여객 수 기준 세계 5위 공항이 됐다. 개항 이듬해인 2002년 연간 여객 수가 2,092만명으로 세계 12위 수준이었지만 작년 한 해 여객은 6,825만명(국제선 6,768만명)에 달했다.

인천공항 개항 18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달 27일 정 사장을 영종도 집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5월 국내 최초로 문을 여는 입국장 면세점(에스엠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입국장 면세점이 기존 면세점 시장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하나.

“국내 최초 입국장 면세점이 문을 열면 출국장 면세점 수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입국장 면세점은 해외를 여행한 뒤 귀국하는 과정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물건, 이를테면 초콜릿, 양주, 화장품 등 물품이 한정돼있다. 출국 전 미리 구입해서 가지고 다니기 귀찮은 액체 화장품은 수요가 있겠지만, 그리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출국장 면세점은 규모도 엄청나고 다양한 종류를 취급하고 있지만 입국장 면세점은 1터미널의 경우 330㎡(100여평), 2터미널도 그 남짓으로 면적이 좁고 취급할 수 있는 물품이 한정돼 영향이 제한적이다. 입국장 면세점 임대로 예상되는 임대료(연 200억~250억원)는 사회에 환원할 예정이다.”

-인천공항이 3월 29일자로 개항 18주년을 맞았다.

“어느 나라든 경제 성장은 공항 발전과 함께 이뤄졌다. 인천공항이 없었다면 경제 성장도 어려웠을 것이다. 최근 10년간 인천공항 여객과 화물이 연평균 10%씩 증가하면서 경제 성장을 이끌었고, 경제성장이 인천공항 성장으로 다시 이어졌다. 1992년 동북아 허브공항을 목표로 착공에 들어갔을 때 1만달러가 채 되지 않던 국민소득이 지금은 3만달러가 됐다. 1990년대 말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해 개항할 때까지 어려운 과정도 많았다. (영종도가) 공항 후보지로 적합하냐 논란도 있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 항공인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운항횟수와 환승객이 처음으로 각각 38만회와 800만명을 돌파했다. 매출(2조6,367억원)과 당기순이익(1조871억원)도 개항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전임 사장이 잇따라 정치권 진출을 위해 중도 사퇴해 리더십 공백 상태서 수하물 대란 등이 발생했다.

-전임 사장들이 1년 안팎 머물렀고 중간중간 (자리가) 비었다. 사장이 없다 보니 기강이 해이해지고 주인 의식이 약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월 수하물 대란과 중국인 밀입국이 터졌는데, 당시 세계적으로 테러와 보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을 때였다. 취임식을 생략하고 현장에 가서 살았다. 여의도 면적(2.9㎢) 20배에 이르는 공항 곳곳을 등산화 신고 돌며 문제를 극복하고 개선했다. 오전 4, 5시에 출근해 세세한 것까지 챙기니 직원들이 ‘과장’이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주말에도 쉬지 않아 “딸 얼굴 볼 시간도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간부도 있었다. 직원들이 함께 노력해줘서 가능했다.”

-지난해 1월 2터미널이 문을 연지 1년여가 지났다.

“2터미널은 규모나 기능 면에서 새로 공항을 하나 만든 것과 같다.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1터미널과도 거리가 떨어져 있다. 개항과 탑승동 개장(2008년)에 이어 공항 건설과 운영 노하우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하루 20만명 이상이 1터미널을 이용할 때와 비교해 승객 출국시간이 짧아지고(1터미널 41분→37분) 주차도 편리해졌다. 승객이 분산(여객 분담률 2터미널 27%)되다 보니 안전도 개선됐다. 여객 처리능력이 연간 5,400만명에서 7,200만명으로 늘어 글로벌 허브공항 성장 토대도 마련됐다. 1터미널 리모델링도 추진하고 있다. ‘아트에어포트’를 표방하는 2터미널의 좋은 점을 적용하면 1터미널도 훨씬 쾌적해질 것이라고 본다.”

[저작권 한국일보]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3월 27일 영종도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3월 27일 영종도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쿠웨이트공항 제4터미널 위탁운영사업을 수주하는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공항 건설과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은 엄청난 사업이 됐다. 동남아, 중동뿐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 남미에서 꾸준히 공항을 확장하거나 건설하고 있다. 공항 운영도 위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5곳이 치열하게 경쟁 중인데, 프랑스 샤를드골공항을 운영하는 프랑스 ADP, 프랑스 인프라 기업 빈치,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을 운영하는 독일 프라포트(Fraport),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이어 우리가 다섯번째 정도 된다. 해외 사업은 돈을 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위선양, 일자리 창출도 할 수 있다. 공항 건설, 설계 분야에는 국내 대기업들도 뛰어들 수 있다. 1,400억원 규모 쿠웨이트공항 위탁운영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총 사업비 17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필리핀 마닐라 신공항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직까지 중동과 유럽에선 인천공항을 잘 모른다. 쿠웨이트공항 사업 수주가 중요한 국면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표 정규직 전환 1호 사업장으로 유명세를 치르면서 세간의 관심이 적지 않다.

“비정규직 1만명 중 국민 생명, 공항 안전과 직결되는 분야 30%는 공사가 직고용하고 나머지 70%는 자회사를 만들어 수용하기로 했다. 100% 직고용을 하는 것처럼 비쳐 어려움이 있었는데 일단락됐다. 직고용 분야 경우 내년 6월 (협력업체와의) 계약기간이 종료돼 전환이 마무리된다. 자회사도 순차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현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계획이 발표된 이후 입사한 분들에 한해 경쟁채용 절차를 밟는 것과 관련해 갈등이 있는데, 간격이 크지 않아 올 상반기 중에는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채용을 하되 업무특수성, 근무경력에 따라 가점을 주는 방안 등을 노ㆍ사ㆍ정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인천공항이 2터미널 확장을 뼈대로 한 4단계 건설을 통해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4조2,000억원을 들여 2터미널과 항공기 계류장, 주차장, 진입도로를 확장하고 4번째 활주로를 신설하는 4단계 건설사업이 2023년 말 마무리되면 연간 여객 수용 능력이 1억명에 이르는 초대형 허브공항이 된다. 미래 공항은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것에서 벗어나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이 돼야 한다. 우리가 물류와 문화, 관광, 상업 등이 결합된 ‘에어포트시티(공항복합도시)’ 조성을 추진하는 이유다. 국내 최대 규모 복합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인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5월 착공해 2022년 6월 문을 여는데, 인근 파라다이스시티와 함께 공항을 환승객뿐 아니라 국민들이 쉬고 먹고 즐기다가 가는 공항복합도시로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들이 공항을 더 아끼고 친근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정일영 사장은 1957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용산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UN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대표부 참사관,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대담=한창만 지역사회부장 cmhan@hankookilbo.com

정리=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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