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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ㆍ살인폭염ㆍ지진… 기후변화가 두렵다면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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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ㆍ살인폭염ㆍ지진… 기후변화가 두렵다면 행동하라

입력
2019.03.28 16:55
수정
2019.03.28 21: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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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남성이 미세먼지로 잔뜩 흐려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찡그리고 있다. 홍인기 기자
지난 6일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남성이 미세먼지로 잔뜩 흐려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찡그리고 있다. 홍인기 기자

올 봄 대한민국은 글자 그대로 숨 막히는 미세먼지 공포에 몸살을 앓았다. 눈이 따끔거리고 목이 갑갑한 증상이 무서운 게 아니었다.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진짜 공포였다.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아무도 행동하지 않는 것에 사람들은 분노하고 절망했다. 공포는 실체를 모를 때 더 공포스러운 법. 미세먼지를 초래한 기후 변화의 습격이 언제 끝날지, 과연 끝나긴 할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몸서리쳤다.

‘파란 하늘, 빨간 지구’는 기후 변화 위협의 거대한 실체를 낱낱이 해부한 책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은 세계가 지금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한 기후 변화가 인류의 삶과 역사를 송두리째 집어 삼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것도 머지 않은 미래에. 눈 앞에 닥친 환경 재앙들은 그 예고편이다. 조 전 원장은 겁주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의 행동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던진다.

기후 변화는 지구를 강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현실을 부정하고 있지만, 증거는 차고 넘친다. 지난해 여름 미국, 아시아, 유럽 대륙은 섭씨 40도가 넘는 살인적인 폭염에 신음했고, 산불, 허리케인, 지진, 쓰나미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 지구가 녹아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위험은 자연 재난에만 그치지 않는다.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식량, 물, 자원, 에너지 부족이 전쟁을 낳고 있다. 이른바 ‘기후 전쟁’이다. 시리아 내전이 이슬람국가(IS)의 종교적 이념 대립보다는 기후 변화 때문에 발생했다는 분석은 흥미롭다. 2007년부터 시리아에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농촌 인구가 도시로 밀려들기 시작했고 이들이 일으킨 반정부 봉기가 내전의 도화선이 됐다는 것. 미국 안보 당국은 기후 전쟁을 피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탈출한 이민자들을 ‘기후 난민’으로 규정했다.

파란 하늘 빨간 지구

조천호 지음

동아시아 발행•292쪽•1만 6,000원

그러나 인류는 수십 년 째 지켜만 보고 있는 처지다. 강대국과 권력자들이 기득권과 수익을 포기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후 변화의 책임 주체가 모호하다 보니 누구도 총대를 메지 않는다. ‘무책임한 무대응’이 지속된다.

저자는 우리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도 날카롭게 비판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꼬집는다.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강화,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 등 근본적 조치는 말 뿐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대신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인공강우에 매달리고 중국 정부에 책임을 전가한다. 저자는 정부를 향해 “요행을 바라지 말라”고 일갈한다. 전문성도 없으면서 성과주의에 집착하는 관료들에게는 “과학기술 정책은 간섭하지 않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쓴 소리를 날린다.

“지금 익숙한 우리 삶이 유일한 길도, 최선의 길도 아님을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의 한계와 상상의 빈곤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후 변화의 위험은 인류가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과 정치 행위에 도전해야 하는 문제다.” 기후 변화 위협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요구하고 행동하라고 저자는 충언한다. 단단한 논리, 매끄러운 문장에 담은 저자의 말들이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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