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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잘못된 재벌 오너십에 경종 울린 조양호 경영권 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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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잘못된 재벌 오너십에 경종 울린 조양호 경영권 박탈

입력
2019.03.28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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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에게 축출된 재벌총수 첫 사례

오너 비리ㆍ부도덕이 자초한 레드카드

기업 지속성장 보장할 체제 구축 과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결국 주주들에 의해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우리 대기업 역사상 재벌 오너 경영에 대한 주주들의 첫 ‘레드카드’가 됐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게 결정타였다. 조 회장 일가의 잇단 비리와 부도덕이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를 자초했다. 잘못된 기업 오너십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을 불렀다. 하지만 조 회장 축출이라는 극적 사건이 대한항공의 지속 성장을 위한 최선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문제다.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를 둘러싸고 진작부터 적잖은 논란이 이어졌다. 표면적으론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연금의 주인인 국민을 대신해 주주가치를 최대화하기 위한 ‘경제적 선택’이었으나, 내용적으론 조 회장과 일가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처벌의 성격이 짙었기 때문이다. 조 회장 일가에 집중된 정부의 이례적인 조사와 수사,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거듭된 주문 역시 이번 일의 정치적 성격을 방증한다.

일각에선 ‘연금사회주의’ 우려도 나왔다. 정권이 국민연금의 지분권을 지렛대 삼아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해 민간 기업을 통제하고 지속 성장을 가로막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등 국민연금의 정치적 독립이 확고하지 않은 현실에서 충분히 제기될 만한 주장들이다. 하지만 적어도 조 회장의 경우는 그럴 만했다는 여론이 많다. 미국 플로리다연금(SBAF)과 캐나다연금(CPPIB) 등 주요 해외 공적 기관투자기관들이 진작부터 연임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개인 소액주주들이 막판에 대거 연임 반대 쪽에 선 것만 봐도 그렇다.

문제는 대한항공의 미래다. 조 회장 경영권 박탈에 대한항공 주가가 5% 이상 급등하는 등 당장은 ‘적폐청산’이 기업 정상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론 향후 대한항공 경영을 누가 어떻게 이끌지 아무런 청사진이 없는 상황이 된 게 현실이다.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일구며 장기간 경영을 맡아온 나름의 노하우와 시스템을 온전히 대체할 전문경영인 찾기부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 그런 경영인이 들어와도 지주사인 한진칼 경영권을 지렛대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조 회장 측과 분란이 생기면 기업 불안정성이 증폭될 여지도 없지 않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일리가 있다 해도 기업 경영현실과 장기적 주주가치를 감안해 극히 신중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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