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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은행장 사랑해달라” 후임에 힘 싣고 떠난 위성호 신한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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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은행장 사랑해달라” 후임에 힘 싣고 떠난 위성호 신한은행장

입력
2019.03.2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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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호흡으로 미래를 위해 2등 될 필요도" 

위성호 신한은행장. 연합뉴스
위성호 신한은행장. 연합뉴스

“저에게 주었던 헌신과 사랑을 조용병 회장님과 진옥동 은행장에게 아낌없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2년 임기를 마치고 26일 물러나는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습니다’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저와 생각이 달랐던 사람들을 포용하려 애썼으나 충분하지 못했고, 저의 어리석음으로 상처를 받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이해와 용서를 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위 행장은 지난해 12월 연임이 무산된 뒤 한때 조 회장에게 섭섭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2개월여 동안 신임 진 행장에게 인수인계를 무사히 마무리 짓고, 조직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A4용지 4장 분량의 편지에는 그가 35년간 은행원으로 살아오면서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회사와 임직원들에 대한 소회를 담았다. 위 행장은 먼저 “격식 차린 조회 분위기 속에서 이임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평소 소신이며 신임 은행장이 첫 포부를 밝히는 취임식에 더 소중한 의미가 있다고 봤다”며 거창한 이임사 대신 이메일로 갈음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제가 소싯적에 은행장 스피치라이터를 4년 가까이 해 본 기본실력도 있다”며 유머도 덧붙였다.

위 행장은 본인이 은행장에 오르는 ‘가문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선배들의 피땀 어린 열정, 주주와 고객들의 믿음 덕분이라는 것을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은행장 재임 때 마무리 짓지 못한 과업과 관련해 당부의 말을 전했다.

먼저 “업과 관점을 재정의해달라”고 했다. 위 행장은 “경영진들은 넓은 시야로 큰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하며 때로는 과감한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짧은 호흡으로 당장의 1등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긴 호흡으로 미래를 위해 2등이 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의 디지털화도 강조했다. 위 행장은 “2년 전 돈 안 되는 디지털을 너무 강조한다는 불만이 있었지만 소신을 가지고 양보하지 않고 밀어붙였다”며 “지금은 인공지능, 클라우드,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등과 같은 용어에 익숙해졌고 실용화되고 있는 단계”라고 달라진 금융환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뱅킹 서비스는 여러 이종사업자가 누구나 자기 플랫폼에서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그 플랫폼에 신한이 많이 장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자막으로 “큰 점포에 근무하든, 작은 점포에 근무하든, 누구나 신한의 소중한 인재들인 만큼 자기자신을 사랑하고 자존감을 가져달라”며 “은행장은 바뀌어도 되지만, ‘저 사람은 신한에 없으면 안돼’하는 직원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위 행장은 “이제 제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려고 한다”며 퇴임 후 할 일을 전하기도 했다. 그 중에 “‘소확행’도 즐기려 한다”며 트레킹하며 직장생활 돌아보기, 요리를 배워 가족들에게 음식 만들어 주기, 애완견을 길러 내 편 하나 만들기, TV 보면서 실없이 웃고 울기 등을 사례로 들었다.

위 행장은 “하지만 앞으로도 아침에 눈을 뜨면 포털에서 신한은행을 검색할 것”이라며 “이 일은 우리들의 신한이 초격차 리딩뱅크가 되는 그 날까지 계속하겠다”는 응원의 말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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