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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난공불락 EU 파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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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난공불락 EU 파고들다

입력
2019.03.25 18:23
수정
2019.03.25 21: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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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니스 인근 해안마을 보로쉬르메르에 도착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 뉴시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니스 인근 해안마을 보로쉬르메르에 도착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 뉴시스

서방 선진 7개국(G7)의 아성은 뚫었다. 다음은 난공불락 유럽연합(EU)이다.

유럽을 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 돈 보따리를 풀어 이탈리아를 제 편으로 돌려세운 데 이어 유럽의 자존심 프랑스마저 등에 업을 기세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경계심을 높이며 잔뜩 날을 세우고 있어 분위기가 호락호락하진 않다. 급기야 중국은 동남아의 우방 말레이시아까지 동원해 세를 과시하며 EU와 기싸움에 나섰다.

시 주석은 21~24일 이탈리아 방문 기간에 전리품을 한아름 챙겼다.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양해각서를 체결한 건 상징적이다. 서방국가들이 중국의 확장정책이라고 비난해온 일대일로에 G7의 일원이자 EU 창설 멤버를 끌어들인 것이다. 물론 시 주석은 에너지ㆍ철강 등 30여건의 계약으로 총 9조원에 달하는 경제협력 선물을 이탈리아에 안겼다.

불법 반출된 중국 문화재 796점을 돌려받기로 한 것도 내세울 만한 성과다. 국보급인 송나라 시절 도자기를 비롯해 중국 5,000년 역사를 아우르는 사실상 최대 규모의 반환이다.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 이후 100여년간 1,000만건의 문화재를 강탈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중국의 ‘돈 잔치’에 EU는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25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인터뷰에서 “어떤 국가들은 중국과 영리하게 거래할 수 있다고 믿을지 몰라도 나중에 자신들이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는 것을 깨닫고 놀라게 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중국과 손잡은 이탈리아를 겨냥한 것이다. 귄터 외팅거 EU 집행위원도 “항만ㆍ철도 같은 이탈리아의 전략 인프라가 중국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계하며 “EU 차원의 거부권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관영언론을 앞세웠다. 환구시보는 “EU가 우리에게 보복하면 중국에서 전투기를 구입할 수도 있다”, “EU는 중국의 과학기술이 서구보다 더 낫다고 인정하는 걸 두려워한다” 등 최근 EU와 각을 세우고 있는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의 발언을 적극 인용했다. 말레이시아는 주요 수출품인 팜유의 생산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며 보복카드를 만지작거리는 EU에 불만이 큰 상태다. 대중국 방어전선을 구축한 EU에 대응해 멀찌감치 떨어진 동남아 국가까지 끌어들여 세를 과시한 셈이다.

이처럼 중국과 EU의 대결구도가 갈수록 또렷해지는 상황에서 시 주석은 모나코를 거쳐 25일 프랑스로 향했다. 중국은 서구 선진국 가운데 프랑스와 처음 수교를 맺은 이래 올해 55주년을 맞았다.

시 주석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국제 정세와 양국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났지만 변하지 않는 건 우호적인 감정”이라며 “양국은 다자주의를 주창하고 보호ㆍ일방주의에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중요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26일은 상황이 간단치 않다. 시 주석은 파리를 찾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만날 예정이다. 내달 EU-중국 정상회의에 앞선 사전 조율의 성격이지만, 일대일로가 달갑지 않은 EU의 불만이 고스란히 표출될 수도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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