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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역사 왜곡 맞서는 가장 큰 무기는 문서와 자료 증거 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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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역사 왜곡 맞서는 가장 큰 무기는 문서와 자료 증거 수집”

입력
2019.03.25 17:48
수정
2019.03.25 18:5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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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국내 첫 ‘위안부 자료 목록집’ 집대성

25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일본군‘위안부’연구센터 소속 연구원들이 최근 발간한 일본군 ‘위안부’ 자료 목록집을 살펴 보고 있다. 왼쪽부터 도시환 센터장, 조윤수 연구위원, 박정애 연구위원, 김정현 연구위원. 홍윤기 인턴기자.
25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일본군‘위안부’연구센터 소속 연구원들이 최근 발간한 일본군 ‘위안부’ 자료 목록집을 살펴 보고 있다. 왼쪽부터 도시환 센터장, 조윤수 연구위원, 박정애 연구위원, 김정현 연구위원. 홍윤기 인턴기자.

“일본은 전후 체제를 뒤집고 군국주의로 되돌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도 불법도 아니고 반인도적 범죄도 아니라고 강변합니다. 우리가 분노하기만 해선 될까요. 더욱 냉철하게 일본이 잘못을 부정할 수 없는 자료를 모아 나가야 합니다.”

동북아역사재단 산하 일본군‘위안부’센터장인 도시환 박사의 말이다. 그는 최근 센터 연구위원들과 함께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위안부 피해자 자료를 정리해 4권짜리 ‘위안부 자료 목록집’을 출간했다. 국내외 위안부 피해자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목록으로 만든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센터는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규명하겠다는 현 정부 기조에 따라 지난 해 9월 설립됐다.

도 센터장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기 위해선 문서와 자료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국가 간 정치적 합의를 서두르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서, 자료 증거가 일본 정부를 역사적 심판대에 세울 수 있는 결정적 무기란 점에서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센터 사무실에서 도 센터장과 연구위원들을 만나 ‘위안부 자료 목록집’ 출간 과정을 들어 봤다.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게 1991년. 28년이 지나도록 위안부 피해 자료는 왜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걸까. 연구위원들은 “컨트롤타워 부재”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대학 연구팀이나 여성가족부 등 정부 기관에서 저마다 위안부 관련 자료를 수집해 왔지만, 구심점이 없다 보니 종합적으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자료가 공유되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서로 다른 연구자들이 같은 자료를 중복 조사하거나, 이미 공개된 자료를 새로운 자료인 줄 알고 발표하는 경우도 있었다. 도 센터장은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위안부 외교 사료관을 별도로 만들고 강제동원 수집 자료를 분석하는 공무원도 따로 둘 정도로 치밀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자료를 모으는 ‘허브 기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위안부 자료 목록집’은 지금까지 발굴된 일본군 위안부 자료를 집대성한 사실상의 ‘사전’이다. 재단이 2006년부터 자체적으로 확보한 자료와 국사편찬위원회, 서울대 정진성 연구팀이 발간한 자료집을 검토에 착수한 게 지난해 10월. 일본, 중국, 대만, 태국, 연합군 등 전시에 위안부 자료를 기록한 주체 별로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료 1,000여건이 대상이었다. 이어 일본군의 위안소 설치와 관리 감독 규정, 위안부 동원 방법, 위안부 이동과 귀환 경로, 피해 실태 등으로 주제를 나눠 자료를 분류했다.

정리 과정에서 새로운 자료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의 국가기록원에 해당하는 당안관이 소장한 일본군 위안부 관련 공문서다. 2015년 동북아역사재단이 난징시, 상하이시, 헤이룽장성, 진화(金華)시, 산시(山西)성 등 8곳 지역 당안관 협조로 구한 자료다. 중국에서 위안소는 ‘군기원(軍妓院)’으로 불렸는데, 일본군의 사주를 받은 중국 내 친일 세력이나 괴뢰 정부가 군기원을 운영한 흔적이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중국 자료를 담당한 김정현 연구위원은 “최근 중국이 국제 정세, 일본과 외교 관계를 고려해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 공개에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중국 자료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대만 자료에서도 일본군이 대만총독부, 대만척식주식회사를 활용해 하청을 주는 형태로 위안부를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정애 연구위원은 “대만총독부, 대만척식주식회사도 문제가 될 것을 걱정해 중간에 자회사를 끼워 넣거나 민간 업자에게 또 다시 재하청을 줬다”면서 “일본의 공권력이 민간 업자들을 활용해 위안부를 동원한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위안부 자료 목록집’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 입증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고령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증언에만 의존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명확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은 아시아 태평양 각지로 흩어진 탓에 동원 과정이나 국외 위안소 실태를 규명하는 자료가 뒷받침 돼야 한다. 서현주 재단 교육홍보실장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자료를 교차 분석하면 피해 사실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진상 규명 작업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목록집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오는 4월부터 동북아역사넷(contents.nahf.or.kr)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또 올해 안에 국가기록원을 비롯한 국내기관에서 확보한 자료도 계속 정리해 나갈 계획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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