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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갈등 자초한 대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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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갈등 자초한 대전시장

입력
2019.03.25 20:00
수정
2019.03.2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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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신축 선거공약 이행과정서 지역갈등 유발, 비용ㆍ행정력낭비 초래

평지풍파, 긁어부스럼이라는 말이 딱 맞는 형국이다. 대전시의 새 야구장인 베이스볼 드림파크 건립부지 선정과정이 그렇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 21일 한밭종합운동장을 새 야구장 건립부지로 발표한 후 지역발전을 위해 유치전에 나섰던 자치구들이 수용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다. 하지만 부지 선정과정에서 지역갈등을 유발하고 행정력과 비용낭비를 초래한 허 시장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베이스볼 드림파크는 허 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밭운동장 부지 건립을 약속한 공약 사업이었다. 현 야구장이 워낙 낡고 오래되었기 때문에 야구팬은 물론 시민들의 공감을 얻었다. 시장으로 당선된 후 그는 야구장을 방문해서 공약이행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허 시장은 용역발주 단계에서 “한밭종합운동장에만 한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스스로 갈등의 단초를 던졌다. 최적의 장소를 선택하기 위한 ‘선의’에서 그랬을 것으로 보지만 본의와 달리 ‘지역공모’ 가 되어 버렸다.

원도심 구청들이 기대감을 갖고 경쟁에 뛰어든 것은 당연했다. 구청장이 직접 홍보에 나섰고 삭발, 단식 등 후유증이 걱정될 정도로 경쟁은 치열했다. 급기야 허 시장은 당초 의도대로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용역의 결론도 원안회귀였다.

결국 후보지 선정을 위한 용역비 1억7,000만원이 헛돈이 됐고 야구장 유치전에 뛰어든 원도심 자치구들은 행정력만 낭비한 꼴이 됐다. “그 동안의 열정과 시간을 다른 정책 개발에 돌렸으면 뭐라도 나왔을것”이라는 한 자치단체 관계자의 말이 푸념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정치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정의된다. 한정된 자원인 가치를 배분하려면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여기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통해 발전을 이끌어 나가야 할 리더가 갈등을 유발한다면 정치를 잘못하는 것이다.

정치ㆍ행정분야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고 최근 정치활동을 재개한 이완구 전 총리는 허 시장을 향해 “과거의 시각에 머물지 말고 폭넓은 시야로 행정을 하라”고 조언했다. 현재 대전시는 개발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허 시장이 이 전총리의 조언을 새겨 갈등해소의 폭넓은 행정을 펴나가길 기대한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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