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사설] 개성 연락사무소 일방 철수시킨 북, 어쩌자는 건가

알림

[사설] 개성 연락사무소 일방 철수시킨 북, 어쩌자는 건가

입력
2019.03.23 04:40
27면
0 0

북미회담 결렬, 남북경협 공전에 반발

미국은 하노이 이후 첫 대북 제재 압박

정부, 긴장고조 막고 북 대화로 이끌어야

북한이 22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서 돌연 철수했다. 통일부는 북측이 이날 오전 남북 연락대표 간 접촉을 통해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을 남측에 통보하고 상주하던 인원 전원이 철수했다고 밝혔다. 간단한 서류 정도만 챙겨 철수한 북측은 “남측 사무소의 잔류는 상관하지 않겠다”며 “실무적 문제는 차후 통지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지난해 4ㆍ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개성공단에 설치된 남북연락사무소가 6개월 만에 파행에 이르게 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향후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고 한반도 정세에도 먹구름을 끼게 한다는 점에서 개탄스럽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철수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금강산관광ㆍ개성공단 등 남북경협 사업들이 공전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란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실제 이날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남조선 당국은 말로는 북남선언들의 이행을 떠들면서 실지로는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며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 틀에 얽매이지 말고 남북경협을 빨리 재개하라는 얘기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경협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남측에 섭섭함이나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누구보다 남북경협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온 사실은 북한이 더 잘 알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부터 경제협력 사업까지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했고, 회담 결렬 후에도 대북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경협을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을 지시한 바 있다. 심지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비난까지 감수했다. 문 대통령을 도와줘도 부족한 마당에 오히려 먼저 등을 돌린 것은 친구를 적으로 만드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게다가 미국은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할 판이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1일(현지시간) 북한과의 석유 환적이나 석탄 수출 등에 연루된 중국 해운회사 2곳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의심 선박 95척의 리스트를 갱신하고 불법 해상 거래 주의보도 발령했다. 추가 제재로 최대 압박의 고삐를 죄고 나선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그나마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출구를 찾을 수 있는 곳은 남한이 유일하다.

지금은 북한이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거나 몽니를 부리며 긴장을 고조시킬 때가 아니다. 완전한 비핵화 외에 다른 길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남한 나아가 미국과 다시 대화를 모색하는 게 살길이다. 정부도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막으면서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물밑 대화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