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눈이 부신’ 성장이다.
남주혁이 JTBC ‘눈이 부시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작품 속에서 기자 지망생 이준하 역을 맡아 폭넓은 감정연기를 넘나들며 자신의 연기력을 입증한 그에게 방송 내내 호평 세례가 이어졌다. 작년 영화 ‘안시성’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빛을 발했던 남주혁의 연기력이 ‘눈이 부시게’에서는 꽃을 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같은 발군의 연기력에 인터뷰 시작과 함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는 감탄 섞인 질문이 던져졌다. 남주혁은 이 같은 질문에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지었다.
“감사하게도 요즘 주변에서 무슨 계기가 있었냐는 이야기를 자주 해 주세요. 추측도 많더라고요. 제가 무슨 상황으로 인해서 갑자기 연기력이 좋아졌다는 추측도 많던데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그냥 항상 매 작품을 할 때 마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왔고, 매 작품 폐 끼치고 싶은 생각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게 쌓여가다 보니 이렇게 말씀해 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이번 작품 속에서는 너무 좋고 내공이 어마어마하신 선배님들과 같이 연기를 했고, 감독님께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이런 연기가 가능했던 것 같아요. 특별한 계기는 정말 없어요.(웃음) 그저 전작들에서는 제가 많이 부족했던 거죠. 모든 작품들에서 감독님들이나 배우 분들이 저를 너무 사랑해주셨지만 제가 못 따라갔던 것 같아요. 사실 여전히 지금도 저는 많이 부족해요.”
여러모로 자신에게 특별했던 이번 작품을 마친 남주혁은 “매 순간이 행복했다”며 애정 어린 종영 소감을 덧붙였다.
“‘눈이 부시게’라는 작품을 할 수 있어서, 팀의 일원으로 함께 작품을 만들 수 있어서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잊지 못할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저에게도 행복한 순간으로 남은 만큼 시청자 분들도 저희 작품으로 인해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보시고 많은 생각을 하실 수 있게 됐다는 말씀을 많이 듣는데, 그런 작품 속에서 배우로서 준하라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었던 게 영광이었어요.”
단순한 시간 이탈 로맨스가 아닌 혜자의 알츠하이머라는 반전을 통해 시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 ‘눈이 부시게’는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며 ‘인생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비단 시청자들 마음속의 ‘인생작’ 뿐만 아니라 남주혁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도 이번 작품은 시청자들이 꼽는 ‘인생작’ ‘인생캐릭터’가 됐다.
“그렇게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연기를 하면서 제 스스로 ‘이번 작품은 나의 인생작이다’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팬 분들이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감사하지만요. 그런 반응이 너무 감사하지만, 거기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더욱 신경 쓰면서 노력하려고요. 앞으로 더 많은 인생 연기, 인생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끔 열심히 해야죠.”
이 같은 주변의 호평은 다소 아쉬웠던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도 불식시킬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었다. 남주혁은 “‘눈이 부시게’의 목표는 하나였다”라고 입을 열었다.
“저 뿐만 아니라 이번 작품을 하면서 모두의 목표는 하나였어요. 정말 좋은 드라마를 만들자. 모두가 똑같이 느끼실 거라곤 생각하진 않지만 누군가에겐 인생작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시청률을 생각하지 말고 따뜻하고 가슴을 울릴 수 있고, 눈물 흘릴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자는 게 목표였어요. 그래서 ‘인생작이 됐다’는 말씀을 해 주실 때 제일 좋아요. 드라마는 끝났지만 나중에라도 누군가에게 추천해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됐다는 것이 시청률을 떠나서 가장 행복한 점인 것 같아요.”
작년 한 해 영화 ‘안시성’으로 ‘제 39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비롯해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남우상’ ‘올해의 영화상 신인남우상’ 등을 휩쓸며 연기력을 인정받는 데 성공했던 남주혁은 올해까지 이어진 호평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면서도 “더 열심히 성장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겠다”는 단단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제가 ‘청룡영화상’을 비롯해서 작년 한 해 많은 상을 받았잖아요. 그 때 당시에 ‘눈이 부시게’ 촬영 중이었거든요. 절반 정도 촬영이 진행 중이었을 때 상을 받았는데, 부담이 많이 됐어요. 상을 받을 때 마다 부담이 계속 추가됐죠.(웃음) 상을 받고 나서 현장에 가면 자꾸 제가 연기를 더 못하는 것 같고, 기대치라는 게 갑자기 생겨버리더라고요. 그걸 이겨내면서 더 잘 해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고. 그렇지만 더 열심히 성장하라는 의미로 많은 사랑을 주셨다는 생각에 그에 걸맞는 멋진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어요.”
2014년 tvN ‘잉여공주’로 연기를 시작한 지 5년 째. ‘라이징 스타’라는 수식어를 떼고 이제 ‘믿고 보는 배우’를 향한 발돋움을 시작한 남주혁.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현재 위치는 어디일까. 이 같은 이야기에 남주혁은 미소와 함께 4년 후를 기약했다.
“사실 ‘라이징 스타’라는 수식어도 부담스럽고, 그냥 연기만 열심히 잘 하고 싶어요. 제 위치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제가 처음 연기자의 꿈을 가졌던 21살 때 10년 계획을 세웠거든요. 그 중에 지금 6년이 지났고, 4년이 남은 상태에요. 그 때의 목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으로 함께 울고 웃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30살의 배우가 되는 것’이었어요. 30살이 되기까지 4년이 남았는데, 아직은 그 과정 속에 있는 사람이다 보니, 잘 모르겠어요. 지금 그런 걸 생각하기 보다는 그 목표점을 위해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4년 뒤에 인터뷰를 다시 한다면 그 땐 시원하게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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