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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최고령 앱 개발자 “호기심 가졌더니 60세부터 인생이 즐거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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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최고령 앱 개발자 “호기심 가졌더니 60세부터 인생이 즐거워져”

입력
2019.03.21 17:13
수정
2019.03.21 19: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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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강연을 하고 있는 와카미야 마사코. 유튜브 캡처
테드 강연을 하고 있는 와카미야 마사코. 유튜브 캡처
와키미야 마사코가 자신이 컴퓨터로 디자인한 액세서리를 들고선 미소짓고 있다. 가나출판사 제공
와키미야 마사코가 자신이 컴퓨터로 디자인한 액세서리를 들고선 미소짓고 있다. 가나출판사 제공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

와카미야 마사코 지음ㆍ양은심 옮김

가나출판사 발행ㆍ224쪽ㆍ1만3,800원

정보통신 분야 전공은커녕 관련 분야 주변에서 일한 경험도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에서만 일했다. 독학으로 앱을 개발했다. 앱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앱 개발자의 나이는 82세. 2017년 ‘세계 최고령 앱 개발자’로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WWDC)에 초청받았다. 일본 아베 내각이 만든 ‘인생 100세 시대 구상회의’의 최연장자 멤버가 됐다. 사연의 주인공은 와카미야 마사코(84). 컴맹이었다가 컴퓨터를 쟁기 삼아 인생 후반기를 알차게 일구며 살아가는 할머니다.

와카미야는 회사를 퇴직한 직후인 60세에 컴퓨터 사용법을 익혔다. 어머니를 간병하며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 거라는 생각에 컴퓨터를 떠올렸다. 집에 박혀서도 수다를 떨 수 있는 창구로 컴퓨터를 생각한 것이다. 사는 동안 컴퓨터를 거의 만져보지 못한 와카미야는 설치부터 설정까지 꼬박 3개월 동안 컴퓨터에 매달렸다. 간병과 수다라는 일석이조만을 생각했는데, 신세계가 열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하면서 사교를 넘어 다양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20여년. 와카미야는 앱 개발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컴퓨터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앱으로 늦은 나이에 열도의 유명인사가 됐다.

와카미야는 타고난 지능을 지닌, 특별한 사람이었을까. 와카미야가 담담한 어투로 써내려 간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저 호기심을 가졌더니 60세부터 인생이 즐거워졌고,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고 한다.

책은 삶에 대한 와카미야의 조언이 대부분이다. 내가 이렇게 살았더니 이런 식으로 인생이 즐거워진다는 식의 글들이 이어진다. 예를 들면 싫은 일을 굳이 하지 않는다거나, 건강검진 결과보다 내 기분이 어떠한가가 중요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인생을 즐기는 게 건강에 훨씬 좋다는 식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저염도 음식을 먹으며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며 건강을 챙긴다는 여느 노년들의 생활방식과는 다르지만,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와카미야가 특별한 건 삶에 대한 태도다. 글을 읽다 보면 와카미야의 지나 온 삶이 재구성된다. 예사롭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의 삶의 갈피에는 지금은 떠올리기 힘든 시대와 사회의 공기가 서려있다. 일본 군국주의 강풍이 불 무렵인 1935년 도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전쟁을 겪었다. 미군 점령으로 바뀐 시대상을 느끼며 낭만 어린 소녀시대를 보냈다. 고교 때부터 사귀던 남자와는 결혼까지 약속했으나 혼인하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한 남자친구가 학생운동을 하다 몸이 상해 해외로 나가면서 결혼하지 않았다. 월급을 모아 독립하려 했는데, ‘여자 은행원은 부모의 집에서 통근할 것’이라는 근무 조건 때문에 어머니와 살았다. 1986년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이 시행되면서 사내 최초의 여성 관리직이 됐다. 와카미야는 유연한 사고와 긍정의 힘에 기대 인생험로를 걸어왔다.

와카미야는 소설을 많이 읽는다고 했다.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자립을 ‘판단을 누군가에게 맡기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자립을 위해 20년 이상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일본 월간지 문예춘추를 구독하고 있다고도 했다. 82세에 구글 번역기까지 활용하며 앱을 만든 사람답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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