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
2014년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피터 G.피터슨 재단 행사에 참석한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워싱턴=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6세 나이로 미국 프린스턴 대학 강사가 된 수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제 선생님, 최저임금에 대한 오랜 통념을 뒤집은 세계적인 경제 석학…

최저임금, 경제적 불평등 관련 연구로 유명한 세계적인 노동 경제학자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가 향년 58세 나이로 숨졌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프린스턴 대학은 크루거 교수가 17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18일 밝혔다. 가족들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그는 자택에서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960년 뉴저지 주에서 태어난 그는 코넬대를 거쳐 1987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수여 직후 그는 26세의 나이로 프린스턴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으며, 최근까지도 캘리포니아 스탠퍼드 대학에서 강연을 이어왔다.

2011년 8월 버락 오바마(오른쪽) 당시 미국 대통령이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자리에 임명한다고 발표하면서, 악수를 청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는 재무차관보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역임했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에는 로버트 라이시 노동부 장관 밑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기도 했다. CEA 위원장이던 2012년 '위대한 개츠비 곡선'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부자가 된 청년 개츠비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이름을 딴 이 곡선은 경제적 불평등이 커질수록 세대 간 계층 이동성이 작아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크루거 교수는 이론보다는 실증적 자료에 기반한 연구로 명성을 쌓았다. NYT는 그의 연구가 교육과 의료, 노동시장, 테러리즘에서부터 콘서트 티켓의 가격 상승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자신의 접근법을 적용해왔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경제학적 통념과는 달리 최저임금 인상이 꼭 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내놔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1993년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줄지 않았던 뉴저지의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사례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에 관한 숱한 논쟁을 불렀다.

크루거 교수의 동료였던 로렌스 카츠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NYT에 "그는 분명 지난 30년 동안 중요한 노동 경제학, 경험 경제학 분야에 기여해온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경제학자로서 미쳤다고 말할 때조차, 그는 데이터에 기반한 결론을 이끌어내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주말 동안 미국은 우수한 경제학자 한 명을 잃었다. 그리고 우리 중 많은 이들은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며 "그는 경제 정책을 추상적인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방법으로 여겼다"며 추모의 메시지를 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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