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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반대” “호남의석 줄라” “독재 3법”… 선거제 개혁 초안 ‘3중 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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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반대” “호남의석 줄라” “독재 3법”… 선거제 개혁 초안 ‘3중 험로’

입력
2019.03.19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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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미래ㆍ평화당 내부 반발에 여야4당 공조 균열… 한국당 강력투쟁 예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75석으로 늘리는 선거제도 개혁 초안을 마련했지만 야당 내부 반발과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바른미래당 내부의 반발과 지역구 축소가 예상되는 현역 의원들의 저항, 논의를 미루다 뒤늦게 ‘비례대표 폐지’ 자체안을 내걸고 벼랑끝 전술로 버티는 한국당의 반대를 돌파해야 하는 ‘3가지 산’이 버티고 있다. 지난 연말 선거제 개혁에 합의해놓고도 정치권이 당리당약에 빠져 민의가 왜곡되는 현 선거제도를 고치지 않는다면 싸늘한 여론의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다.

그러나 여야 4당의 개혁초안이 나온지 하루가 지난 18일 바른미래당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로부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민주평화당 의원들 사이에선 호남 지역구 통폐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강행 저지를 목표로 총공세를 펴는 가운데, 공조를 다짐한 여야 4당내에서조차 균열이 생겨 ‘5부 능선’을 넘은 듯했던 선거제 개혁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실정이다.

손학규(오른쪽 두번째) 바른미래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손 대표 왼쪽은 이준석 최고위원. 연합뉴스
손학규(오른쪽 두번째) 바른미래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손 대표 왼쪽은 이준석 최고위원. 연합뉴스

4당 공조의 열쇠를 쥔 바른미래당에선 ‘50% 연동률’을 골자로 한 여야 4당의 합의안이 비례성을 높이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비판이 많은데다 패스트트랙 추진 자체에 대한 반대가 거세다. 이날 선거법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조정법을 묶어 패스트트랙 처리하려는 당 지도부 움직임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분출됐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헌당규에 따라 3분의 2 이상의 원내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패스트트랙을 당론으로 지정해야 하는데,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는 3분의 2 이상 동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무리한 추진으로 또 다른 당내 불안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심야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 도출에 나섰으나, ‘게임의 룰’인 선거법의 개정을 각 당 협의가 아닌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는 데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반대 의견은 하태경, 유의동, 지상욱 등 바른정당 출신들을 중심으로 나왔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바른미래당 내 입장이 크게 ‘국민의당 출신은 찬성, 바른정당 출신은 반대’로 갈리면서, '한 지붕 두 가족' 양상이 더욱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바른정당 출신인 오신환 사무총장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바른정당 출신 일부 의원들이 패스트트랙에 태울 경우 곧바로 탈당하겠다고 했다’는 질문에 “일부 탈당하겠다고 밝힌 의원들이 있는 것은 들은 바 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당 출신 한 의원은 “탈당 명분쌓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동영(왼쪽 세번째) 민주평화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23차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왼쪽 세번째) 민주평화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23차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 반발은 평화당에서도 거세다. 김경진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연계해서 패스트트랙을 함께 할 대상은 아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유성엽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에서 “의원정수를 늘려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지, 민주당이 제시한 의원정수 300명의 부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끌려들어 가는 합의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전날 합의내용을 비판했다.

평화당 일부에서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호남 지역구 대폭 축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선거제 개편안이 통과되면 “호남 의석은 28석 중 25%인 7석이 조정될 것”(무소속 이용호 의원), “지역별로 수도권 10석, 영남권 7석, 호남권 6석, 충청권 4석, 강원 1석 등이 사라질 것”(김재원 한국당 의원) 같은 주장이 전해지면서, 패스트트랙 추진 논의 초반부터 의구심을 표했던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평화당 관계자는 “호남에서 3석 이상 줄이지 않겠다는 원내대표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이견이 표출됨에 따라 당초 이날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개혁 초안을 추인 받으려 했던 평화당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매듭짓지 못했다.

황교안(앞줄 왼쪽 네번째)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세번째) 원내대표가 1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과 “민생파탄, 좌파독재”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황교안(앞줄 왼쪽 네번째)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세번째) 원내대표가 1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과 “민생파탄, 좌파독재”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한국당은 4당이 패스트트랙에 올리려는 법안들을 ‘3대 날치기 악법’으로 규정하고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내 이견을 고리로 압박과 설득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황교안 대표는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 비상연석회의에서 “이 정권이 패스트트랙에 태우려는 세 법안은 대한민국을 모조리 무너트릴 독재3법”이라며 “정파적 이익에 급급한 소수 야당들과 야합해 다음 총선에서 좌파연합의회를 만들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의 저지 총력전과 야당 내홍의 난관에 봉착한 민주당은 일단 각 당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번 주 패스트트랙을 처리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래 협상이라는 건 장담해서 안 된다”며 “조금 더 (논의할) 시간이 있다”고 속도조절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역구 축소의 유탄을 자신이 맞을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많은 의원들이 선거제 개혁이 실제 이뤄지겠냐며 ‘안심하듯’ 현실적인 어려움을 공감하고 있다. 각 당의 이해관계와 별도로 의원들 전체가 지역구 축소에 따른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현행 선거제도는 정당득표율과 의석수 불일치로 민의가 왜곡되는 문제가 분명하다”며 “의원들이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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