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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앞두고… 대학들 “돈줄 말랐다” 강사들 “지나친 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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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앞두고… 대학들 “돈줄 말랐다” 강사들 “지나친 엄살”

입력
2019.03.21 14:07
수정
2019.03.21 23:4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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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협 “한해 3000억 더 들지만 등록금 10년 동결” 재정난 호소

강사 측 “수십억 수준 불과한데 비용 절감 이유로 대거 내쫓아”

강사제도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1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립대학의 야만적 구조조정을 규탄하고 정부 대책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혜윤 인턴기자
강사제도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1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립대학의 야만적 구조조정을 규탄하고 정부 대책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혜윤 인턴기자

“돈줄이 마를 데로 말랐습니다.”

올해 2학기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 시행을 앞둔 지방의 한 사립대 교무처 관계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 대학은 이달 새 학기를 앞두고시간강사를 기존보다 절반 이상 줄이기로 통보, 강사들과 갈등을 빚었다. 이 관계자는 “가뜩이나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한 해 수십억 원의 추가 인건비를 감당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대학이 마치 곳간에 돈을 쌓아놓고 무자비한 해고를 일삼은 것처럼 비춰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사법 시행을 둘러싸고 대학과 강사 측은 예산 문제로 대척점에 서 있다. 대학들은 현재 7만6,000명에 가까운 시간강사에게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4대보험 등을 보장하면 연간 3,000억원에 가까운 추가예산이 투입돼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강사 측은 대학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돈은 5,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에 가까운 대학 전체 예산의 1~2%인 수십억 원 수준이라며 대학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강사들을 내쫓고 있다고 맞선다.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방학(4개월) 중 임금 2,308억원을 포함해 퇴직금(433억원), 건강보험료(224억원) 등 강사법 시행에 따른 추가 소요예산으로 연간 2,965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는 교육부가 한 해 강사법 관련 예산에 투입하기로 한 576억원의 5배에 달하는 액수다. 10여 년간 지속된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과 학령인구 급감으로 살림이 빠듯한 대학들로선 정부 지원금 만으로 강사들을 포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내 사립대는 재정 운영에서 등록금 의존도가 50~60%에 달한다. 하지만 2009년 이명박 정부의 등록금 동결∙인하 정책 이후 등록금은 10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반면 2013년을 기점으로 학생수는 감소하기 시작, 5년 사이에 9만명 이상 줄었다. 2015년 8조278억원이었던 적립금도 최근 3년 사이 900억원 정도 감소하는 등 대학들은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호소한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인건비는 한 번 책정되면 조정하기 쉽지 않은 경직성 비용”이라면서 “중소 규모 사립대 중에는 재정 상황이 마이너스인 곳도 적지 않다. 이 상황에서(구조조정 없이)인건비를 대폭 확대하는 건 학교 문을 닫으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학 측의 이 같은 논리에 대해 비용절감을 위해 강사를 희생양 삼는 대학 측의 횡포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쌈짓돈 불리기에 급급해 강사처우 개선은 물론 연구 및 장학기금에도 투자를 하지 않는 대학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각 대학 적립금인출현황(2013~2017년)을 보면 1,000억원에 가까운 기금을 적립한 대학들 중 지난 5년간 장학기금 등에 인출내역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었다. 김진균 강사 공대위 대변인은 “일부 대학들은 마치 강사들이 재정난을 부추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연구 인력 투자야말로 대학 재정의 가장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들의 이런 재정난 호소는 강사 처우 문제를 대학과 강사 간 문제로만 여겨 온 정부의 무관심과도 맞닿아 있다. 강사법이 무려 7년 동안 유예되는 사이 재정 확충 등의 조치 없이 이를 방관만 해 온 정부를 비판하는 대목에선 강사들과 대학 측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1.1%)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내 고등교육 정부투자 비율(0.9%)을 고려할 때 강사 처우 개선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대폭 확대돼야 한다는 게 대학 사회의 목소리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식 생산기구이자 차세대 연구자인 강사를 이런 식으로 비정규 저임금 노동자로 착취하고 방치한 나라는 없다”며 “국내총생산(GDP)의 1~2% 정도를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등 현재 바닥 수준인 대학 재정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교육의 수혜자가 학생이라는 인식이 이들에게 과도한 등록금 부담을 지우고 대학의 재정난까지 초래했다며 “고등교육의 최종 수혜자는 사회”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업과 정부가 매년 대학이 배출하는 우수인재를 채용하는 만큼 이들의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조덕호 대구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업이 내는 세금 일부를 교육 재정으로 확보하는 등의 방식을 포함해 현재 비정상적으로 높은 등록금 의존도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교육에 대한 공적 투자를 늘리지 않고는 강사 처우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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