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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해결사 나서는 반기문, 유엔 대북제재 완화 역할도 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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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해결사 나서는 반기문, 유엔 대북제재 완화 역할도 맡나

입력
2019.03.17 16:42
수정
2019.03.17 22:4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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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비서실장 “문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 요청” 범국가기구 위원장 사실상 수락

문 대통령, 보수 아우르는 느슨한 협치… 안보이슈 등 물밑 카드로 부상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6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6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위원장직을 사실상 수락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반 전 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기구 구성을 처음 제안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 수용한 데 이어 반 전 총장 본인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여권으로선 나쁘지 않은 정치 지형을 만들게 됐다. 느슨한 형태긴 하지만 합리적 보수까지 아우르는 ‘내각 외 협치’의 한 형태인 것이다. 특히 당장의 미세먼지 문제뿐 아니라 현정부의 한반도평화 드라이브와 관련해 물밑에서 반 전 총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의 고립이 심화되는 모양새도 불가피해졌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날 반 전 총장을 만나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구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이 자리에서 ‘미세먼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전하며 반 전 총장이 위원장직을 맡아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에 반 전 총장은 “국제 환경문제를 오랫동안 다루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에 도움이 될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사실상 수용의사를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범사회적 기구 구성과 관련한 구체적 구상도 전했다.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으나 단기간에 해결하긴 어려운 과제여서 본인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칠까 부담과 걱정이 있다”며 “미세먼지 문제는 정파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범국가 기구는 제정당, 산업계, 시민사회 등까지 폭넓게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대통령께서 전폭적으로 범국가적 기구를 지원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노 실장과 반 전 실장은 이어 범사회적 기구의 성격과 활동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구체적 조직구성ㆍ운영ㆍ출범시기 등에 대해서는 실무협의를 통해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반 전 총장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현정부의 외교안보 이슈에 도움을 받는 상황까지 감안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최대 현안인 남북경협과 관련해 유엔 제재 유예를 겨냥한 모종의 역할을 반 전 총장이 할 것이란 전망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미세먼지 수준이 보통으로 화창한 날씨를 보인 17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 하늘이 푸른 빛을 띄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지역 미세먼지 수준이 보통으로 화창한 날씨를 보인 17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 하늘이 푸른 빛을 띄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8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를 구성할 것과 반 전 총장에게 위원장을 맡길 것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 3개국 순방 중이던 12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부터 현지에서 관련 보고를 들은 뒤 “적극수용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가장 민감한 민생과제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여야가 팔을 걷고 ‘협치’에 나서는 그림이 완성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고, 지난 대선 보수 진영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반 전 총장과 손을 잡으면서 여권으로선 외연을 크게 넓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특히 선거제도 개혁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포함한 사법 개혁 등 일련의 개혁법안 처리를 위해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안건 처리)을 추진해 한국당의 정치적 고립은 심화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반 전 총장의 위원장직 수락이 정계복귀 수순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지난 15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이미 2017년 2월에 (정치의) 꿈을 접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문제는 가뜩이나 국민적 민감도가 큰 정책과제이기도 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이날 공개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2명 중 1명(55%)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답했다. 연구원이 지난달 18∼28일 전국 성인남녀 1,008명에게 미세먼지로 인한 산업별 체감 제약 정도를 설문조사 한 결과다. 마스크를 사는 등 미세먼지에 대처하기 위해 가계가 지출한 비용은 가구당 월 평균 2만1,260원으로 조사됐다. 미세먼지로 인한 사회적 손실도 컸다. 지난해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2% 수준인 4조23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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