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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정식 배치 절대 안 돼”… 성주 소성리 또다시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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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정식 배치 절대 안 돼”… 성주 소성리 또다시 폭풍전야

입력
2019.03.18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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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군 소성리 왕복2차선 도로에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경북 성주군 소성리 왕복2차선 도로에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사드 철거’ ‘사드 빼고 미군 빼야 진정 평화다.’ ‘평화 지키는 무기 없다.’

15일 낮 12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 마을 입구에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ᆞ사드) 기지 입구까지 2㎞ 정도의 왕복 2차선 도로 양편에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형형색색의 현수막과 플래카드 100여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이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재건하는 움직임이 포착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올 것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북관계를 둘러싸고 한때 해빙 분위기가 감돌면서 잠잠했던 성주는 특히 주한미군이 지난달 21일 사드 포대 운용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지 내 부지 70만㎡에 대한 조성 계획이 담긴 세부계획서를 제출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재차 폭풍전야로 치닫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성주 사드 베치 그래픽=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성주 사드 베치 그래픽=박구원 기자

이날 사드 기지 입구에서는 경찰관 2명이 도로 한쪽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차량이 다가서면 골프장 직원이 거수경례를 하며 반기던 이곳에는 ‘이 지역은 군 시설이므로 허가되지 않은 인원의 무단 출입 및 사진촬영을 금한다’는 경고 안내판이 선명했다. 주민들의 접근도 원천봉쇄됐다.

소성리 주민 강희성(73)씨는 “자다가도 언제 사드 기지에 장비가 반입될지 몰라서 눈이 떠지고 사드 반대 깃발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이웃들이 많다”며 “작고 조용한 소성리가 다시 시끄러워질 것 같아 불안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마을회관으로 들어가던 한 어르신도 “이 사태가 언제쯤 끝날꼬”라며 혀를 찼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사드 반대 집회가 열리는 경북 성주군 소성리 마을회관 앞마당에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사드 반대 집회가 열리는 경북 성주군 소성리 마을회관 앞마당에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소성리 마을회관 앞마당에는 하늘색 페인트로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이곳 사드 저지 종합상황실을 지키고 있던 김영재 종합상황팀장은 “계속 말을 바꾸는 정부와 정치인을 보며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단체 행동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국방부에 대한 불신의 골은 깊었다. 소성리 이장인 이석주(65) 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사드 전자파 유해 논란이 불거졌을 때 국방부는 ‘미사일 기지 100m 바깥은 안전하다’고 밝혔지만 대책위가 2012년 미 육군 교재에서 사드 기지 3.6㎞ 안을 비통제인원 출입제한 구역으로 명시한 대목을 찾아내면서 갈등이 불거졌다”고 말했다.

그는 “소성리 마을에서 사드 3.6㎞ 안에 사는 주민 2,000여명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시종일관 주민들을 농락한 국방부에 맞서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인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이 위원장은 “지난 대선 전에는 ‘사드는 적폐’라며 정치인과 각종 단체 운동가들이 찾아와 숙식까지 함께하며 ‘사드 문제는 무조건 해결하겠다’, ‘함께 투쟁해서 저지하겠다’고 외치고, 연예인까지 현장 분위기를 띄웠지만 지금은 누구 하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재 성주에서는 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와 김천 사드배치반대시민대책위원회, 성주성지수호 원불교 비상대책위원회, 사드배치반대 대구경북 대책위원회, 가칭 사드배치저지 부울경대책위원회, 사드배치저지 전국행동 등 6개 시민단체가 사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매일 오전 7시30분, 오후 3시30분 하루 2차례 5~10명이 사드 기지 앞에서 반대 시위를 펼치고,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소성리 수요집회, 토요일 저녁 7시30분에는 소성리토요촛불문화제가 소성리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열리고 있다. 2016년 11월 30일 시작된 수요집회는 지난 13일로 118회를 맞았고, 토요집회도 100회를 넘겼다.

이들 단체와 주민들은 13일 성명서를 통해 “임시 배치된 사드를 철거해야 할 시점에 정식 배치 추진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사드 사업계획서와 환경영향평가 운운하기 전에 국정농단 세력이 불법으로 임시 배치한 사드를 먼저 철거시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사드가 우리나라에 필요한 무기체계인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연 배치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원점부터 철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투쟁의 불씨를 재점화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이날 “정부에 묻는다. 성주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공동체를 파괴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협하며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만을 위한 사드를 꼭 배치해야 하는가”라며 “사드 영구배치 계획에 예스(Yes)가 아니라 노(No)라고 답변하는 주권국가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경찰이 경북 성주군 소성리 사드기지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외부인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경찰이 경북 성주군 소성리 사드기지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외부인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사드반대 시민단체들은 18일 대구 동구 신천동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앞과 21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사드반대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지난해 4월 기지공사장비 반입 당시의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이들은 당초 성주골프장에 사드 발사대 2기 등 일부 장비가 반입된 지 2주년이 되는 다음달 26일 즈음에 사드배치 철회 범국민 평화행동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사드 사업계획서 제출 소식에 서둘러 행동에 나섰다.

국방부는 2016년 7월 8일 성주군 성주읍 성산포대를 사드 배치장소로 발표한 후 이듬해인 2017년 2월 28일 초전면 소성리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으로 재결정했다. 같은 해 4월과 9월 사드발사대 6기와 레이더가 반입되는 과정에 주민들이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김찬수 사드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장은 “사드 반대 의사를 뚜렷이 밝히고 있는 주민들의 동의 없이 사드 기지 사업을 추진하거나 기구를 만들 경우 마찰을 피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는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하기 때문에 사드 철회를 위해 끝까지 맞설 것이다”고 말했다.

성주=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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