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14일 전국 아파트 등 공동주택 1,339만 가구의 공시 예정가격을 발표했다. 평균 공시가격이 작년 대비 5.32% 올라 상승폭은 작년(5.02%)보다 0.3%포인트 확대됐고, 시세 대비 공시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현실화율은 작년과 같은 68.1%를 유지했다는 게 골자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그 동안 공시가격 현실화를 강조해온 점에 비춰보면 이번 공시가격 조정은 상승률이든, 현실화율이든 ‘엉거주춤’에 그친 셈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정이 미흡할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예측됐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국이 시작된 마당에 여론 민감 사안인 아파트 공시가격에 과감하게 손을 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앞서 단독주택 공시가격 조정이 극소수 부자들만을 겨냥한 ‘핀셋 조정’에 머물면서 전반적으로 소폭에 그친 것만 봐도 그랬다. 실제 국토부는 이번에도 시세 12억원 이상 고가이면서 공시가격이 저평가됐거나 가격 급등 지역 아파트 공시가격을 집중 인상하는 대신, 중산ㆍ서민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시세 변동만 반영하는 수준으로 조정폭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당장 고가, 시세 급등 아파트부터 공시가격을 적극 조정하고, 점차 전반적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을 높여 나가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다. 단독주택과 토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각각 53.0%, 64.8%인 점을 감안할 때 공동주택 68.1%가 결코 낮지 않다는 것도 맞다. 따라서 우선 이 정도로 시작하되, 공시가격 조정이 세금과 건강보험료 부담, 복지수급 등에서 엉뚱한 서민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보완하며 추가로 공시가격을 현실화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번 발표에서 국토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자료를 통째로 빼먹은 건 납득하기 어렵다. 그 동안 공시가격과 관련해 가장 많은 비판을 산 부분이 부촌일수록, 아파트 가격이 높을수록 현실화율이 오히려 낮은 불공정 부분이었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조정에서 주택가격ㆍ지역별 현실화율 불균형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밝혀야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아직 관련자료의 통계적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공개하지 못했다”고만 밝혔다. 이런 ‘깜깜이 발표’로는 부동산 정책이 신뢰를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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