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낙점됐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된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참여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장관 인사와 관련된 위의 기사 문장에서 공통적으로 쓰인 표현이 ‘낙점’(落點)이다. 이 말은 본래 조선 시대에 벼슬아치를 뽑을 때 임금이 세 후보자 가운데 마땅한 사람의 이름 위에 점을 찍어 결정하던 일을 가리킨다. 비일상적이고 어려운, 왕조시대의 비유적 표현이 21세기 대통령의 행위와 관련해서 쓰이는 것이다.

‘낙점’과 마찬가지로 ‘가신, 독대, 보필, 사면, 재가, 통치’ 같은 말도 왕조시대부터 쓰이기 시작했고, ‘각하, 계엄, 국가원수, 영도자, 통수권, 통치자’ 등은 근현대에 들어서 쓰는 말이다. 이런 표현들을 ‘대통령 전용말’이라고 하는데, ‘대통령의 지위를 고려하여 쓰는 특수한 표현으로서, 대통령이 쓰는 말과 대통령에게 쓰는 말, 대통령과 관련하여 쓰는 말’이라는 뜻이다. 모두 대통령의 권위를 높이고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하기 위한 권력어의 기능을 갖는다.

흥미로운 점은 대통령이나 청와대에서는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대통령 전용말을 거의 쓰지 않음에도 언론에서는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점이다. 청와대 보도 자료에서 ‘인사를 단행하다’, ‘내정하다’라고 했을 뿐인데 언론에서는 ‘낙점하다’을 쓰고, ‘독대’를 쓰지 않았지만 언론은 ‘대통령 독대’라는 표현을 쓴다. 권위적이란 이유에서 대통령 부인에게 ‘여사’를 쓰지 않겠다며 대통령 지지자들과 강하게 대립했던 언론사도 ‘낙점’은 계속 써 왔다. 권위주의 청산이라는 지향과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밴 권위주의적 언어 사용이 뒤섞여 나타나는 혼란스러운 언론의 모습이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