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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령 신비화 말라’는 김정은

입력
2019.03.11 18:00
수정
2019.03.11 18: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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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수령론은 주체사상과 함께 김씨 3대 권력세습 체제를 정당화하는 논리다. 김일성 수령이라는 호칭이 일반화된 것은 내부 권력투쟁이 일단락된 1969년 전국 사회과학자 토론회에서 수령을 ‘당과 정권기관, 근로단체들을 유일적으로 지도하는 최고뇌수’로 정의하면서부터다. 이후 1974년 김정일은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을 발표해 수령을 통치이념으로 격상시켰다. ‘인민대중의 자주적인 요구를 하나로 통일시키고 인민대중의 창조적 활동을 통일적으로 지휘하는 중심이며 인민의 끝없는 존경과 흠모를 받는 영도자’라는 것이다

□ 김일성 유일지배체제의 사상적 바탕인 수령론은 1980년대 들어 김정일에 의해 혁명적 수령관으로 발전했다. 여기서 수령은 ‘비범한 예지와 과학적 통찰력을 지니고 혁명을 지도ㆍ창시하는 위대한 사상이론가이자, 수백만 근로인민대중을 혁명투쟁으로 조직ㆍ동원하는 탁월한 영도자’다. 인민대중이 역사의 주체로서 지위를 차지하고 역할을 다하자면 반드시 ‘무오류’인 수령의 지도와 결합돼야 한다. 여기서 수령은 강직한 혁명적 원칙성과 인민대중에 헌신적으로 복무하는 자애로운 어버이로 신격화된다. ‘우리식 사회주의’의 신화적 토대다.

□ 미국과의 하노이 담판이 결렬된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놓은 첫 메시지가 흥미롭다. 그는 엊그제 열린 노동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임무는 없다”고 강조하며 “수령의 혁명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고 말했다. “자력으로 보란 듯이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인민의 힘을 무엇으로도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는 말에 이어서다. 그는 또 “수령은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인민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인민의 영도자”라며 “수령에 인간적으로, 동지적으로 매혹될 때 절대적인 충실성이 나오는 것”이라고도 했다.

□ 이런 정도의 얘기가 수령론의 변화를 시사한다고 볼 수는 없다. 되레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여주는’ 수령의 ‘어버이 풍모’를 부각해 체제 결속을 강화하려는 뜻이 더 클지도 모른다. 더구나 북한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3ㆍ1절 100주년 공동행사를 최근 석연치않은 이유로 무산시켰다. 북한의 정통성이 훼손될까 우려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래도 ‘백전백승 강철의 영장’인 김정은의 수령 언급은 뜻밖이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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